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의무 설치’ 의료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는 수술실 내 의사의 범법 행위를 감시하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이고 이는 의사를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의료계의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4년 12월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수술실 내에서 장난을 치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면서 수술실 내에 감시용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대리 수술 문제와 유령 의사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환자 단체와 정치권에서 CCTV 의무 설치가 약 6년 동안 공론화됐고 이번에 국회에서 법안이 의결된 것이다. 법안 내용은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는 CCTV를 설치하도록 했고 부분·국소 마취로 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도록 했다.
의료계에서는 CCTV 설치의 문제점으로 외과 계열 기피에 따른 필수 의료의 위축 초래와 수술실 내에서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으로 인한 수술 집중도 저하, 긴급한 상황에서 소극적 처치 유발 등을 제기한다. 향후 법적 분쟁이 더욱 늘어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외과 계열 의사의 부족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조만간에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암울한 시나리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감시용 CCTV는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고 뺑소니 교통사고, 어린이집 영유아 폭행 사고, 목격자가 없는 강력 범죄 해결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환자 단체 등이 수술실 내에서 의료인의 비도덕적 행위, 불법 의료 행위 등을 예방하고 감시할 목적으로 CCTV 설치 의무화를 강하게 주장한 것이다.
법 시행으로 CCTV가 설치되면 수술실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는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수술 보조 행위 등을 포함한 모든 의료 행위자에 대해 범법자가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법적 장치를 완벽하게 정비해야 한다.
또 수술 결과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들 녹화된 동영상 기록을 요청할 것이다. 영상은 수술실 내 의료 인력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기록할 수는 있겠지만 수술 부위를 근접 촬영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술 과정의 의료 과실을 규명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폐해는 분명하다. 방어적 수술로 인한 환자의 건강권 침해, 정보 유출, 외과계 지원 기피, 필수 의료 붕괴 등이 현실화할 것이다. 앞으로 2년 동안은 법령의 시행이 유예된다고는 하나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감안해서라도 시행령과 시행규칙 정비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