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11월 본경선에 ‘본선 경쟁력’ 측정 방식을 전격 도입하면서 후보별 유불리에 대한 셈법이 복잡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여론 지형에서는 일단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에게 유리한 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민의힘 선관위는 본경선 국민 여론조사를 본선 경쟁력 측정 방식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는 대신 택한 제3의 안이다. 본경선은 후보 네 명 중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다.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반반씩 합산한다. 선관위는 본선 경쟁력 측정 문항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주자들과 여권 단일 주자의 1 대 1 가상 대결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홍원 선관위원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여권의 유력한 후보와 우리 후보를 1 대 1로 놓았을 때 어떻게 나오느냐 측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대결 방식에서는 윤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윤 후보는 범야권 후보를 나열한 적합도 조사에서 홍준표·유승민 후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이 낮다. 역선택 가능성도 이런 결과를 두고 제기된 사항이었다. 가상 대결은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맞붙기 때문에 상대 당 지지자들이 홍·유 후보가 아닌 민주당 후보를 택할 공산이 크다. 사실상 윤 후보 측이 원했던 역선택 방지 도입 효과가 나는 것이다.
가상 대결 방식이 당원 표심의 영향을 키우는 점도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가상 대결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진영 간 대결이어서 통상 범여권 후보 적합도 조사보다 후보들 간 격차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당원 선거인단 조사 결과가 후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홍·유 후보보다 강한 지지세를 얻고 있는 윤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대표는 “당원 표심이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쟁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가 이날 선관위의 결정에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은 데는 이 같은 셈법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선관위원 전원의 합의는 존중하겠다”면서도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기는 하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 캠프의 여명 대변인은 “역선택 방지를 넣자는 쪽에서 근거로 제시한 것이 양자 대결 구도였는데 본선 경쟁력 측정 방식이 양자 대결일지 (아직) 알 수 없으나 그렇게 예상된다”며 “선관위가 문항 내용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결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