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美 신규공장 테일러 유력...오스틴과 연결 '클러스터' 구축

■심층분석...글로벌 시스템반도체 패권전쟁

삼성·윌리엄슨카운티와 합동회의

테일러시, 세감면 혜택 등도 공개

삼성측은 "다른 지역과도 협의 중"

TSMC, 애리조나에 팹 추가 조성

인텔도 뉴멕시코 등에 공장 구축





삼성전자의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부지 선정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현 공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윌리엄슨카운티 테일러 시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테일러 시 측은 8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와 공장 부지 선정 관련 합동 회의를 진행한다면서 다양한 세제 감면 혜택도 공개했다. 삼성전자 측은 다만 여전히 미국 내 다른 지역과도 협의 중이며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6일 미국 텍사스 주 테일러 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결의안에 따르면 8일 현지에서 삼성전자와 테일러시·윌리엄슨카운티 관계자들이 모여 공장 부지 선정 관련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합동 회의를 진행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회의 이후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공장을 발표하면서 TSMC·인텔 등과 치열한 시스템 반도체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일러 시는 지역 내 독립교육지구(ISD) 480만여㎡ 규모 부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부지에 삼성 신규 공장을 유치하면 2,585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측에 대규모 재산세 감면 혜택을 재안했다. 삼성전자가 사용할 토지에 대해 10년간 재산세의 92.5%, 이후 10년간 90%, 그 후 10년간은 8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170억 달러(약 20조 원)을 투자해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체적인 투자 부지와 기간에 대해서는 “조만간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기존 파운드리 기지인 오스틴 공장 유휴 부지를 포함 미국 내 5개 부지(텍사스 주 2곳, 애리조나 주 2곳, 뉴욕 주 1곳)를 놓고 각 지역들과 협상을 벌여왔다. 최근 유력한 부지 후보로 떠오른 테일러 시와의 협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되면 삼성전자 창립 이래 최대의 현지 반도체 투자가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과 약 40㎞ 떨어진 테일러 시 부지를 제 2의 파운드리 기지로 논의 중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파운드리 클러스터화’와 ‘용수·전력 공급 안정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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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갑작스러운 한파로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기존 오스틴 유휴 부지에 새로운 파운드리를 건설할 경우 이러한 천재지변이 반복됐을 시 두 배 이상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오스틴은 AMD·엔비디아 등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사가 모여 있는 ‘파운드리 전략의 요충지’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 고객사 및 파운드리 인프라와 충분히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거리에서 각종 우발적 위기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테일러 시 부지에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마치 한국의 파운드리 기지 기흥 사업장에서 자동차를 타면 3분 안에 갈 수 있는 화성 사업장처럼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사의 칩을 위탁 생산해주는 서비스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텔·퀄컴·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칩 설계 기업 외에도 구글·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체 칩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 투자로 현지 IT 공룡들의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칩 주문량을 확보하며 시장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부임 이후 줄곧 추진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이 화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

삼성전자는 다만 신규 파운드리 부지 발표가 확정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와 시스템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만의 TSMC와 미국 인텔은 생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인 TSMC는 올해 3월 미국 애리조나 주에 파운드리 팹을 추가로 짓겠다는 발표를 한 뒤 세 기업 가운데 가장 빠른 시점인 6월 초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최소 120억 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인 애리조나 주의 TSMC 파운드리 팹은 오는 2024년 5나노 생산 라인을 가동한다는 것이 목표다. 투자 계획을 처음 발표했을 때는 2개 라인을 짓겠다던 TSMC는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 상황이 이어지자 라인 수를 6개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장 신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8월 초, 이사회를 열고 대만(10억 달러)과 미국(80억 달러)에서 무담보 채권을 발행하는 안건을 결의하기도 했다.

미국 반도체의 자존심을 책임지고 있는 인텔도 올 들어 애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주에 각각 200억 달러, 35억 달러를 투자해 새 팹 구축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올 5월 투자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한 뉴멕시코 주 팹은 파운드리 사업에 재도전한 인텔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징)과 관련한 기술을 특화한 생산 설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해령 기자·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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