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더 좋은 우리말]일본식 표현 공란 → 빈칸으로 알기쉽게

법제처, 법령용어 속 한자어와 일본식용어 개선


“최근 마약류 남용이 확산되고 범죄 형태도 지능화, 광역화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단속과 함께 마약류의 해독성에 관한 홍보활동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자연스럽게 읽힐 수도 있으나,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해독’은 해칠 해(害) 자에 독 독(毒)자를 쓴 것으로 ‘심각한 위해와 독성’으로 풀어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독'이라고 하면 독 기운을 없앤다는 뜻(解毒)의 상반된 의미의 동음이의어가 더 많이 쓰이기 때문에, ‘마약류의 해독성’이라는 표현은 마약류의 위험성과 해로움이라는 의미인데도 자칫 잘못 읽힐 수도 있어 개선이 요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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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는 이처럼 일상 용어와 헷갈려 의미 전달이 불명확하고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어가 남용된 법령 용어를 쉽게 바꾸고자 공공용어 개선사업을 진행 중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등장하는 ‘해독’의 경우, 용어 개선 국민 아이디어 공모에도 뽑혔다.

또한 법제처는 국립국어원과 협력해 법령 속 일본식 용어를 361개나 찾아냈고 이에 대한 전문가 자문과 심의를 거쳐 최종 정비 용어 50개를 선정했다. 일본식 용어인 ‘두개골’은 우리 고유말인 ‘머리뼈’로 다듬어 쓸 수 있다. ‘공란’ 대신 ‘빈칸’, ‘잔고’ 대신 ‘잔액’으로 바꿔 쓰는 것도 권했다. 엇비슷해 보이지만 일본식 용어가 아닌 우리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있다.

법률용어로 사용되는 ‘개호’는 좀 더 쉬운 한자어 ‘간병’으로 바꿔 쓰자고 제안했다. 또 ‘절취선’ 대신 ‘자르는 선’으로, ‘빙점’은 ‘어는 점’으로 각각 바꿔 쓰기로 했다. ‘명찰’ 대신 ‘이름표’, ‘흑판’ 대신 ‘칠판’이라는 단어 사용을 권장했다. 사소한 노력처럼 보이지만 법령 속에 남아 있는 일본식 용어를 다듬고 한자어를 개선함으로써 법령 정보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게 하는 단단한 기반이 되고 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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