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증시, 단기급락 없겠지만 구조적 문제 땐 머리 돌 정도로 하락”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레온 쿠퍼맨이 CNBC에 나와 향후 증시상황에 대한 전망을 하고 있다. /CNBC방송화면 캡처레온 쿠퍼맨이 CNBC에 나와 향후 증시상황에 대한 전망을 하고 있다. /CNBC방송화면 캡처




9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는 델타변이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했는데요. 다우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입니다.



이렇다 보니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오는데요. 월가에서는 단기간 내 충격 수준의 급락은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오늘은 증시 상황을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급락 상황 아직 무르익지 않아”…“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레온 쿠퍼맨 오메가 패밀리 오피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와 “완화적 통화정책과 대규모 재정부양책에 경기침체에 뒤따르는 급격한 매도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다”며 “경기적 상황은 아직 급락이 올 정도로 무르익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많은 싼 종목을 찾을 수 있다”며 자신은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주식뿐만 아니라 씨티그룹, 시그니처 뱅크, 화이자에서 가치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결국 시중의 유동성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폭락이 재연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죠.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을 준비하더라도 금리인상은 아직 먼 얘기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원책이 줄어들고 있지만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패키지 예산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뉴욕증권거래소(NYSE). 9월 약세론에 다우지수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온다. /AP연합뉴스뉴욕증권거래소(NYSE). 9월 약세론에 다우지수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온다. /AP연합뉴스


마이크 산토리 CNBC 선임 시장 해설가는 최근 며칠의 상황으로 증시의 방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이번 하락세가 심각한지 말하기 위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용시장은 여전히 굳건하며 어떤 경고음도 실제 울리지 않았다. 변동성지수(VIX)는 크게 변동이 없는 쪽에 가깝다”고 했는데요.

앞서 CNBC의 간판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연준을 향한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금리상승 △의회의 3조5,000억 달러 예산협상 난항 △중국과의 지정학적 긴장 등의 이유를 들어 “이들 이슈는 한 번에 해결될 수 없으며 적어도 주가 하락을 동반할 것이다. 주가 하락이 9월의 전부”라고 했었죠. 모건스탠리도 미국주식 비중을 낮추라고 했는데요.

이같은 전망이 9월 약세론과 겹쳐 불안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다만, 증시방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며 넘치는 유동성에 당분간 최악의 폭락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겠습니다.

“구조적 하락요인 발생 시 걷잡을 수 없어…장기적으로는 조심해야”



하지만 기간을 길게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레온 쿠퍼맨 CEO는 “시장의 구조가 망가져서 주가가 하락해야 할 펀더멘털적 요소가 있을 때는 너무 빨리 하락해 머리가 (빙빙) 돌 게 될 것”이라며 “현재 시장에는 이를 안정화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조언했는데요. 장기적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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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이달 초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의 예측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당시 시겔 교수는 “(증시는) 상승 때는 계단을 오르는 형태지만 하락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며 “현재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것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엘리베이터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했었죠. 두 사람 다 현상황에서 한 번 방향이 꺾이면 고층에서 1층에서 내려오는 식으로 증시가 급락할 수 있다고 보는 셈입니다.

물론 이것을 야기할 구체적 이벤트와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른 요인이 아니더라도 이르면 내년, 아니면 2023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이는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실제 테이퍼링은 미풍이고 금리인상은 강풍이 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그때도 당연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이 있겠지만 지금 같이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상황은 어느 정도 끝이 정해져 있다는 말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델타변이와의 싸움을 위해 백신의무 접종을 확대하고 있다. /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델타변이와의 싸움을 위해 백신의무 접종을 확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별도로 델타변이 영향이 어떻게 진화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플로리다 같은 곳은 피크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방정부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100인 이상 기업 근로자들에게도 이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모더나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도 했지요. 반면 입원환자 수가 크게 늘면서 일부 병원은 다시 마비되고 있고 뉴욕을 비롯한 북동부 지역은 가을 이후 환자 급증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확실히 지금의 미국은 지난해 같은 분위기는 아닙니다. 식당과 주요 시설에서 백신증명서를 요구하면서 많은 희생에도 ‘위드 코로나’를 하고 있지요. 이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저는 실제로 경제가 상당히 강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델타변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환자급증도 예상치 못한 충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죠. 그는 “올해 테이퍼링 개시에 대한 문이 열려져 있다”고도 했는데요.

미국 경제와 증시, 조금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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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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