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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땐 새벽에 일어나 파3 골프장 7바퀴...다시 하라면 절대 못해"

[이사람]입문때부터 '연습벌레' 박민지

LA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모친 따라

핸드볼하려다 힘들어 골프로 선회

데뷔이후 5년째 같은 드라이버 사용

전담 코치 없이 훈련도 자기주도로

5년째 함께하는 드라이버를 손에 쥔 박민지. /사진 제공=KLPGA5년째 함께하는 드라이버를 손에 쥔 박민지. /사진 제공=KLPGA




국가대표 출신 박민지는 어머니도 국가대표 출신이다. 지난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핸드볼 은메달리스트 김옥화(63) 씨다. 김 씨는 30대 중반까지 일본 실업팀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갔는데 박민지도 일본에 살 때 엄마처럼 핸드볼을 하려 했다. 그러다 러닝 훈련이 너무 힘들어 계획을 접고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에 처음 접한 게 골프다.

골프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생이 9홀짜리 파3 골프장을 하루에 7바퀴나 돌았다. 그러려면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이동해야 했다. 박민지는 “중간에 도시락 먹는 시간만 빼고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샷하고 퍼트했다”고 돌아봤다. 하루 종일 치라면 불평 한마디 없이 정말 그렇게 해냈다. “딱히 노력파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는 게 박민지의 설명이다.



다만 그때로 돌아가 또 하라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에는 “아뇨”라는 대답이 바로 나왔다. 박민지는 “그때로는 정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정회원 자격 얻는 과정이랑 ‘지옥의’ 시드전도 다시는 거치고 싶지 않다”며 애써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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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는 2016년 세계여자아마추어팀선수권 우승 멤버다. 2위와 21타 차의 기록적인 우승이었다. 당시 팀을 이뤘던 후배 최혜진·박현경이 차례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휘어잡은 뒤 박민지에게 바통이 넘어간 모양새다. 골프 입문 뒤 4~5년간 실력이 늘지 않아 마음고생하다가 고교 때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처럼 투어에서도 5년 차에 전성기를 열었다.

박민지가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권욱 기자박민지가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권욱 기자


박민지는 데뷔 해인 2017년부터 5년째 같은 드라이버(핑 G400)를 쓰고 있다. 성능이 더 좋아진 신제품이 많이 나왔지만 오랜 주 무기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레슨도 전담 스윙 코치를 두는 대다수 선수들과 달리 쇼트게임만 배울 뿐 나머지는 혼자 한다. “주로 제 감에 의지해 골프를 치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스스로 하는 법을 익히는 게 저한테 맞는다”고 했다. 매니지먼트사도 따로 없이 어머니가 일정을 관리하거나 스스로 챙긴다. “매니지먼트사가 생기면 엄마의 낙이 사라져 안 된다. 워낙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고 즐기시는 분”이라는 설명이다.

박민지는 해시태그가 뭔지, 팔로어가 뭔지 2018년에야 처음 알 정도로 소셜미디어와 거리가 멀었지만 요즘은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활동을 제법 활발하게 한다. 지난달 경기 중 한꺼번에 4벌타를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이후 엉뚱하게 동반자에게 비난이 향하자 박민지는 신속하게 인스타그램에 설명 글을 올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도 했다.

2017년 데뷔 열흘 만에 첫 승을 올린 뒤 “골프 하면 박민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게 꿈”이라고 했던 그는 요즘 꿈 같은 현실을 즐기고 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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