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DLF 항소' 검토하는 금감원…금융 불확실성 키운다

[View &Insight] 김지영 금융부 기자

법조계 '승소 가능성 낮다'에도

시민단체 등 압박에 항소 유력

대법 판결까지 장기화 불보듯

제재보다 재발 방지책 마련을





금융감독원이 17일까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결정한다. 이미 금감원 안팎에서는 항소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시민 단체와 여야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금감원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쟁은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지난해 초 문책경고를 내리면서 불거졌다. 문책경고는 중징계로 3년간 금융권 취업이 불가능하다. 손 회장은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달 1심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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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거나 치명적인 이익이 걸려 있다면 금감원이 항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1심 판결을 두고 이미 금융권이나 법조계는 물론 금감원 내부에서도 항소해도 사실상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원은 우리은행이 내부 통제 규범을 마련하는 데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나 내부 통제 기준 자체의 흠결이 아닌 내부 통제의 미흡, 운영상의 문제를 이유로 징계가 이뤄진 것은 위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리가 2심에서도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감원이 항소시 감독 당국이 오히려 제재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항소·대법원 등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 동안 다른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제재를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라임 펀드 등 총 2,7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사모펀드의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받은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한 제재 논의는 아직 금감원에서 진행 중이다. 라임 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등에 대한 제재 수위도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CEO에 대한 제재 논의가 장기화될수록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감독 당국이라면 항소보다 내부 통제 제도를 보완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사실 이번 판결문에서 우리은행의 비정상적인 펀드 판매 행위가 드러났다. DLF 상품 선정 절차에서 투표 결과를 조작하고 투표지를 위조하는 등 우리은행이 상품선정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한 점은 재판부도 문제로 지목했다. 우리은행은 DLF 사태 이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지만 이 같은 일이 다른 금융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피해가 금융권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금융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CEO의 징계가 아니라 내 돈이 미흡한 내부 통제 과정을 거친 상품에 투자돼 손해를 입는 일을 피하는 데 있다.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는 금감원이 새겨봐야 할 지점이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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