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외교 이벤트' 맞춰 무력시위…"안보리 제재 해제 위한 노림수"

■도발 수위 높이는 北…왜 지금 쐈나

한미일 북핵 협의·한중 외교회담 등

주변국 이목 쏠린 시점 철저히 계산

인도적 지원 대신 광물 수출 등 요구

추가 도발로 대미 협상력 강화 포석

서해 북방한계선 무력충돌 가능성도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왼쪽),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14일 일본 도쿄의 외무성 국제회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도쿄=연합뉴스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왼쪽),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14일 일본 도쿄의 외무성 국제회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도쿄=연합뉴스




한국·미국·일본 3국 북핵 수석이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대화 재개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15일 무력 도발로 응답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도발 강도를 높여가며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고 있는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해제를 위한 노림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일이 백신·식수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예고하고 있지만 북한은 정제유 수입 제한, 광물 수출 허용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먼저 풀어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대미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미사일 도발은 물론 남측과의 무력 충돌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 왕이 방한을 무력 도발의 최적 시점 판단=북한의 이날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두 가지 측면의 노림수다.

먼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대응이다. 북한은 지난달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남조선의 배신적 처사”라며 맹비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국과 남조선이 위험한 전쟁 연습을 하고 있다”며 “국가 방위력과 강력한 선제 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겠다”고 경고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한발 더 나아가 “엄청난 안보 위기를 느끼게 해주겠다”고 위협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여정 등 정권 핵심 인사가 공개적으로 한 발언인 만큼 북한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왔다.

한미일의 대북 유화 메시지에 대한 응답의 성격도 있다. 한미일은 보건과 방역·위생 분야에서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안에 대한 논의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6월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분주하게 논의했고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의 북핵 대표는 13일 도쿄에서 이 같은 논의를 더욱 진전시켰고 회의 종료 이후 북한에 “대화하자”는 메시지도 보냈다. 북한으로서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일종의 응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남측을 향해 경고한 메시지가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빈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도발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한 시점도 고도로 계산됐다고 평가했다. 여러 외교 이벤트로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일 북핵 수석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연이어 열려 대외 주목도가 크다는 것을 북한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수 싸움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한중 간에 북한 문제를 핵심 이슈로 논의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핵 동결 시간 끌면서 안보리 제재 해제가 최종 목표=북한은 앞으로 도발 강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우선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한미일은 인도주의적 지원 등 선호도가 떨어지는 제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 재개 조건으로 광물 수출과 생필품 수입 허용, 정제유 수입 확대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인해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한 제재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제재 완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교수는 “북한은 정제유 수입 확대와 양주 등 사치품 수입 허용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데 한미일이 식수·백신 지원을 제안하니 무력 도발로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 등에서 무력 충돌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의 인내심이 최대치에 달할 때까지 도발한 뒤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서도 시간만 끌면서 버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앞서 정례 보고서에서 올 들어 영변 핵 시설의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 핵과 관련해 더욱 진전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완전한 비핵화 조치로 이행할 가능성은 낮고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역시 “북한은 무력 도발을 통해 대미 메시지를 내고 있는데 미국이 안보리 제재 해제 등으로 화답하지 않으면 핵 개발을 진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더 많은 핵탄두를 개발하기 위한 삼중수소 시설을 건립하는 등 4·27 판문점 선언에 역행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동효 기자·김남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