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한 미사일 문제를 두둔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왕 부장과 만나 한반도 평화에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왕 부장은 15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환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북한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왕 부장은 또 영미권 5개국 정보 동맹 ‘파이브아이스’를 가리켜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고 혹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선수단의 베이징 올림픽 참가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각국을 초청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며 “중국은 주최국으로서 IOC와 함께 각국 지도자를 초청할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정 장관을 만난 왕 부장은 곧바로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한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인도적 지원 등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도 왕 부장이 한중 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주는 큰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며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에 왕 부장은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에게 이례적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는 양국 국민의 건강의 질에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가시적으로 개선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소통을 활성화해달라”고 당부했고 왕 부장은 “시진핑 국가주석도 녹색, 지속 가능 발전에 대해 관심이 많고 최근 베이징의 공기 질도 좋아졌다”고 답했다.
왕 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양국은 서로 떠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윈윈’을 실현하는 파트너”라며 “친척처럼 자주 왕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서는 “양국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해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