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심각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지사는 경선 과반 확보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해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경선 라이벌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정치권은 당분간 ‘화천대유’ 의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의혹의 핵심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라는 신생 업체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화천대유와 관계사(천화동인 1~7호) 7곳의 총자본금은 3억 5,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사업 초반 당기순손실을 입다가 최근 3년 만에 4,000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챙기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사업자 선정 의혹=2015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SDC)는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를 진행했다. 문제는 해당 사업에 참여하게 된 자산관리사(AMC) 화천대유가 공모 일주일 전 설립됐다는 점이다. 신생 회사가 사업 규모 1조 원이 넘는 대형 개발 사업에 참여한 것부터 일반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화천대유가 선정되는 과정에서 상대평가 점수 ‘20점’을 단독으로 받아 특혜 논란도 제기된 상황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사업 계획서 평가 분야 및 평가·배점 기준에 따르면 운영 계획 평가(350점) 중 ‘AMC 설립 및 운영 계획’이 상대평가 방식으로 20점 배정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시 공모 지침서에서 “자산 관리 회사의 조직 운영 계획을 상세히 기재할 것”을 명시했다. 전체 사업 계획서는 운영 계획 평가 350점과 사업 계획 평가 650점 등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공사가 선정 기준으로 강조했던 자산 관리 회사를 사업 구성원으로 동반한 경우는 3개 경쟁 컨소시엄 중 ‘화천대유’가 있는 ‘성남의뜰’ 컨소시엄뿐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기도와 화천대유 측 모두 “적법한 절차로 선정됐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측은 “당시 공모 조건에는 AMC가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에 따라 성남의뜰뿐 아니라 공모에 나선 다른 컨소시엄들도 AMC를 포함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1,153배의 수익 챙긴 배당금=사업 초기부터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총자본금 3억 5,000만 원으로 대장동 사업을 위해 성남시가 시행사로 설립한 ‘성남의뜰’의 지분 14.28%(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다. 성남의뜰 재무제표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2019년 270억 원, 2020년 206억 원, 2021년 100억 원 등 3년간 총 577억 원을 배당받았다. 나머지 보통주(85.72%)를 가진 SK증권은 3,463억 원을 수령했다. SK증권은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투자해 사실상 신탁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배당을 챙기는 구조였다. 이 특정금전신탁에는 천화동인 1~7호가 참여했다. 즉 3년간 성남의뜰이 배당한 총 5,903억 원 중 4,040억 원이 화천대유와 관계사에 들어갔다. 총자본금이 3억 5,000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153배의 수익을 올린 셈인데 야당은 이 같은 구조가 비정상적이라며 특정인 맞춤형 사업 구조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 지사는 17일 광주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화천대유) 회사가 흥하든 망하든, 주주 지분이 어떻든, 그들의 이익 배분을 어떻게 하든,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에도 이 지사는 “제가 성남시장 취임 후 이를 공영 개발로 전환했고 ‘불로소득은 시민에게’라는 원칙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며 “지분 선확보를 통해 추산액 4,583억 원 규모의 이익을 얻었고 이에 따른 사업 비용, 손해, 위험은 모두 사업자의 부담이었다”고 밝혔다. 확정 이익을 통해 수익을 일찌감치 확보하는 안전한 구조로 이후 위험과 수익은 사업자 몫이라는 게 성남시의 설명이다. 실제 사업 초반 3년간 화천대유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2018년에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지사 재판 관련 법조인들 몸담아=초반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이 지사와 화천대유의 고리로 화천대유 지분 100%를 가진 언론인 김 모 씨가 지목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쟁쟁한 법조인들이 화천대유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화천대유 고문직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 법조인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특히 이들이 이 지사 재판과 관련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특혜 의혹을 씻을 수 없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 선거법 위반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 취지 의견을 밝혔고 강 전 지검장은 이 지사 사건을 직접 변호했다.
권 전 대법관은 이와 관련해 전날 입장문을 통해 법조기자단 대표로 있던 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김 모 씨로부터 회사 고문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고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받아들인 것뿐이라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논평에서 “이 지사가 연결 고리가 돼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고문직을 보은받은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