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연기금들이 잇따라 투자 전문인력 채용에 나선다. 연기금 및 공제회가 관리하는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올 들어 세번째 전문인력 채용에 나선다. 채용 인원은 5명이며, 과거와 달리 투자 실무 경력에 제한을 두지 않고 무경력자에게도 채용문을 열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적합한 경력을 갖춘 운용인력을 선발해왔지만 지난 6월 관련 규정을 개정해 투자 실무경험이 없는 지원자에게도 지원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4월 역대 최대 규모인 54명의 운용 전문가 채용 공고를 낸 바 있다. 책임 및 전임 운용역 44명, 주임 운용역 10명의 대규모 모집이었다. 앞서 1월에도 자산운용 전문 인력을 모집했지만 20명 채용에 그쳐 목표했던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국민연금과 함께 국내 3대 연기금(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한국투자공사)으로 꼽히는 한국투자공사(KIC)도 최근 투자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올 3월 1차 채용 이후 두번째다. 당시 KIC는 총 6명의 경력 직원을 선발했는데, 이중 투자 관련 인력은 자산배분 및 사모주식투자 인력 등 3명이었다.
이번 선발 예정 인원은 총 22명으로, 단일 채용 공고로는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모집 부문 중 투자직군은 △책임투자(1명) △주식운용(1명) △빅데이터 분석(1명) △외환투자(1명) △사모주식투자(3명) △인프라투자(3명) △헤지펀드 및 사모채권투자(1명) 등이다. 이번 채용은 학력이나 연령, 성별, 가족사항 등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으로 진행된다.
국내 대형 투자기관들이 잇따라 전문 운용인력 채용에 나서는 것은 관리하는 기금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638조 원 수준이던 국민연금 기금자산은 2019년 말 736조 원, 지난해 말엔 833조 원까지 늘었다. 현재 운용역 1인당 굴리는 자산이 3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올해 말 NPS의 자산은 87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운용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투자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전문 운용인력들은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됐다. 자본시장에서 이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업계에 비해 처우가 열악한 연기금이나 공제회들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운용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본은 지난해 말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해 올 5월 재공고를 통해 인력 충원에 나서기도 했다. 우체국 예금과 보험을 합쳐 총 140조 원의 기금자산을 관리하는 우정사업본부이지만 운용 전담 인력은 40여명에 그친다. 1인당 3조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셈이다.
국내 공제회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한국교직원공제회도 하반기 운용역 채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교직원공제회는 직군 구분없이 인력을 채용하고 능력에 따라 부서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채용하고 있다. 현재 투자 전문인력은 88명이다. 이밖에 과학기술인공제회와 중소기업중앙회, 경찰공제회 등도 하반기에 신규 충원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