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미국과 영국, 호주가 맺은 안보동맹 ‘오커스(AUKUS)’에 반발해 유럽연합(EU)과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장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민주 국가 사이의 신뢰 조건”이라며 “우리가 더는 신뢰하지 않는 나라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커스가 EU와 호주의 FTA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U와 호주는 2018년 6월 FTA 협상을 시작했다. 관련 회담은 11라운드까지 진행됐고, 차기 회담은 올 늦가을에 진행될 예정이다. 호주는 애초 올해 말까지 EU와 FTA를 맺기를 원했지만 오커스 사태로 FTA 체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 CNN 방송은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을 대신해 무역 협상을 진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가 반대하면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EU는 중국, 일본에 이어 호주에 세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다. 지난해 양측의 상품 무역은 총 규모가 420억 달러(약 50조 원)이고 2019년 서비스 무역 규모는 300억 달러(약 35조 5,000억 원)였다.
오커스 출범을 기습 발표한 미국과 영국, 호주를 향한 프랑스의 원색적인 비판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번 사태는) 악랄하고, 신중하지 못하고, 설명할 수도 없는 계약 위반이자 관계 파괴”라며 “계약 파기 이상의 신뢰 위기”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반발이 계속되자 백악관은 앞으로 수일 내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지고 양국의 견고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럴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