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이 쌍용자동차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이엘비엔티 컨소시엄, 인디EV에 “경영 정상화 계획 등 입찰 서류를 보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쌍용차 인수에는 자금력처럼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계량 요소뿐 아니라 경영 능력 같은 비계량 요소가 중요한데 업체들이 제출한 입찰 서류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체 세 곳 모두 경영 정상화 계획 등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충분하지 않을 경우 유찰 후 재입찰 수순으로 진행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Y한영회계법인은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 입찰 업체들의 보완 서류를 오는 30일까지 제출받아 검토한 뒤 이후 과정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문제가 된 업체는 이달 15일 본입찰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이엘비엔티 컨소시엄, 인디EV 세 곳 모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말 예정된 우선협상자·예비협상자 선정도 다음 달 5일 전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쌍용차 매각의 핵심 키는 풍부한 자금력과 함께 인수 이후 경영 능력이다. 입찰 서류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쌍용차 경영 정상화와 관련된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과정에서 자금력은 쌍용차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매각 희망가)의 절반인 3,500억 원의 절반만 증빙하면 된다. 하지만 쌍용차 인수 이후 지속 가능한 매출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등 경영 정상화 계획이 미비할 경우 우선순위에서 앞설 수 없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 인수에는 경영 정상화 등 비계량 부분의 배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에 따라 인수 업체가 가진 자금·기술 등을 쌍용차에 어떻게 접목할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KCGI의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 소명할 예정이다. 사업 계획은 자사가 생산하는 전기버스의 모터와 배터리, 전자 제어 기술 등을 활용해 쌍용차와 통합 제조라인을 구축하는 등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증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엘비엔티 컨소시엄은 이엘비엔티가 보유한 전기차 부품 기술을 쌍용차와 결합해 어떻게 완성차 업체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계획을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디널원모터스를 통해 투입되는 미국 내 투자 자금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자금 증빙이 필요하다. 미국 전기차 기업 인디EV는 자체 보유 자금으로 쌍용차를 인수해 자사의 차세대 자율주행 신차 아트라스를 국내에서 대량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인수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영 계획서 보완 여부에 따라 우선협상자 결정은 물론 3개 업체 모두 탈락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매각주간사가 우선협상자와 예비협상자를 선정해 법원에 통보하더라도 법원은 본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찰로 결론 낼 수 있다. 쌍용차는 연구비를 포함해 연간 수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기존 내연기관차 위주의 사업 구조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 중심으로 바꾸려면 조(兆)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수가로 거론되는 3,000억~5,000억 원은 다 빚덩이가 될 것”이라며 “비싼 값을 주고 사도 2~3년 후 쌍용차는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