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여성,문학,여행에 대한 거장의 사색

■세상 끝에서 춤추다

어슐러 K.르 귄 지음, 황금가지 펴냄





“미래는 그냥 우주가 아닙니다.…우리가 우주에 ‘도달’한다면, 그렇게(침략하고, 식민화하고, 착취하고) 행동할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가 우주를 ‘정복’하는 것도 가능하지요. 하지만 미래를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래에 도달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미국 오리건주의 한 과학과 산업 박물관으로부터 ‘SF와 미래’라는 패널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 귄(1929~2018)은 발표문에 이같이 적었다. 그는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여겨 돌아보지 않는 우리의 행태를 “과거란 우리가 아는 것이므로, 볼 수 있고, 따라서 바로 앞에 놓여 있다”고 여기는 안데스 산맥의 케추아 사람들과 비교해 이야기 한다. 이는 미래와 진보를 바라보는 인식과 통찰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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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세상 끝에서 춤추다’는 저자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전반에 걸쳐 발표했던 강연용 원고, 에세이 서평 등을 묶어 담고 있다. 이 책은 1989년 출간된 후 휴고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찬사를 받았다. 서평을 제외한 각 글은 여성·세계·문학·여행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인류학을 공부하고 아메리카 인디언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부모 밑에서 자란 르 귄은 SF문학이 과대망상과 정복주의를 자극할 게 아니라 “케추아 사람들처럼 오랫동안 가만히 서서 제 앞에 놓인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편이 더 좋다”는 말로 미래를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일깨운다. 과거의 역사에 기반에 미래에 대한 판타지를 펼쳐놓은 거장의 여유롭고도 깊은 시선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1만8,000원.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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