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발칙한 금융] 실명계좌 무산된 거래소 코인, 뺄까 옮길까… 투자자 혼란

고팍스·후오비·지닥·한빗코 고객만 100만 명 넘어

당국,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로 옮기거나 출금 권고

폐업 거래소의 출금 거부 가능성·해외거래소의 우회 접속 가능 관건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암호화폐 투자자 A씨는 크레딧코인 때문에 분통을 터뜨렸다.크레딧코인은 국내 거래소 중 고팍스에만 상장된 코인이다. 그간 고팍스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신고유예 기한인 24일까지 실명 입출금 계정(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해 은행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공지해왔다. 이 같은 공지에 A씨는 고팍스가 무난히 실명계좌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해당 코인을 보유해왔다. 그러나 신고유예 기한 마지막 날인 24일 고팍스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원화마켓을 종료하겠다고 알리면서 A씨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날 아침 8시 4,341원에 거래되던 코인은 고팍스의 공지가 나오고 5분 만에 3,206원으로 26%가량 하락했다. A씨는 “이전에도 마이너스여서 못 팔고 있었는데 손해가 더 커졌다”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팔아야 하는지, 가격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코인마켓에서 거래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유예 기한인 이날 원화마켓을 중단하거나 아예 폐업하는 거래소들이 잇따르고 있다. 신고유예 기한 마지막까지 은행에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금융당국에 신고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서비스 중단된 거래소를 이용해온 투자자들에게 신속하게 코인을 정리하거나 안전한 거래소로 이동해야 할 것을 권고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계좌 확보 등 요건을 갖춰 신고해야 영업할 수 있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는 원화 거래를 중단하고 코인마켓을 하는 조건으로 신고하면 된다. 이날까지 신고하지 않은 거래소는 이날 이후로 아예 영업이 중단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를 제외한 주요 중소 거래소들은 막판까지 은행의 실명계좌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원화마켓을 중단하고 금융당국에 신고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고팍스를 이용하는 고객만 해도 56만여 명으로 코빗(17만5,364명)보다 3배가량 많다. 후오비(33만7,981명), 지닥(11만명), 한빗코(2만7,859명)만 합해도 고객 100만 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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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계좌를 확보한 주요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연합뉴스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코인마켓으로 신고한 거래소를 이용해온 투자자들의 경우 해당 거래소의 코인마켓을 이용하거나 코인을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다른 거래소로 옮기는 방안을 권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고 폐업하는 거래소의 경우 최대한 빨리 예치금 및 투자금을 출금해야 한다. 당국은 원화마켓을 포함해 영업을 종료하는 거래소에 최소 30일 간 투자금 출금을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거래소들이 이를 지키지 않을 수 있다. 고객이 예치금 및 코인 출금을 요청했는 데도 거래소가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경찰,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등에 적극 신고해야 한다.

이날 당국에 신고한 거래소를 이용했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해당 거래소를 신고수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사업자가 신고를 마쳤다 하더라도 요건을 미충족한 경우 불수리 처분을 받을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신고 수리 현황을 지속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권고에도 일부 피해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정 거래소에 단독 상장했거나 제한된 거래소에서만 주로 거래되는 코인들은 다른 거래소로 이전해 현금화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크레딧코인은 고팍스 외에 OKEx, Bitterex에 상장돼 있지만 거래량의 98.9%가 고팍스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내 ISMS 인증조차 확보하지 않은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들의 접속 차단도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신고유예 기한까지 신고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에 대해서도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는 우회경로까지 당국이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코인을 국내 다른 거래소로 옮기지 않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다른 거래소들이 사실상 폐업하게 됨에 따라 600만 명이 넘는 코인투자자들과 관련 종사자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암호화폐 산업이 발전할 기회를 저버린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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