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인 백신 패스트트랙' 돌연 없앤 정부

해외출장 잦은 기업인 위해

접종기간 단축 혜택 줬지만

질병청, 6개월도 안돼 폐지

기업인 "출장 부담 커졌다"

해외 입국자들이 27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방역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해외 입국자들이 27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방역 관계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다음 달 말에 베트남 출장을 가라는 회사의 지시를 받고 난감해졌다. 최근 일이 바빠 코로나19 백신 접종 날짜를 놓쳤는데, 한 달 만에 접종을 완료할 수 있는 ‘기업인 필수목적 출국을 위한 백신접종 제도(이하 기업인 백신 패스트트랙)’도 활용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질병관리청 등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종료됐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당장 모더나·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한다고 해도 접종 간격과 완료 후 2주를 고려하면 출장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국 잔여 백신 밖에 대안이 없지만, 회사 업무 때문에 여유가 없어 이대로라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다른 직원이 출장을 대신 가야할 처지다.



28일 질병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기업인이 긴급 출장이 필요한 경우 접종 신청부터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3개월 이상에서 1개월여로 단축해주는 ‘기업인 백신 패스트트랙’이 지난 8월31일부로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17일 도입된 지 5개월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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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3월 수출 관련 주요 업무 협의나 신사업 관련 계약 체결 등 목적으로 갑자기 출장을 가야 하는 기업인들은 출입국 종합지원센터에 백신 접종을 신청하고,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접종을 하도록 했다. 백신 신청부터 접종 완료까지 한 달이면 완료할 수 있었다. 기업인들은 크게 환영했다. 두 달 여 만에 기업인 백신 패스트트랙을 통해 접종을 받은 기업인은 2,243명, 백신 접종 승인을 받은 사람은 3,099명에 달했다.



질병청은 지난 7월7일 돌연 기업인 백신 패스트트랙 신청 및 승인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했다. 지자체 상황에 따라 신청에서 접종까지의 기간을 단축하고 지자체 판단에 따라 접종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접종기관은 근무지 관할 접종기관으로 바뀌었다. 3개월 단기 및 1년 이상 출장자였던 출장 대상은 모든 출장기간 출장자로 확대됐다. 하지만 지자체로 이관된 지 두 달도 안 된 8월 말 갑자기 종료됐다. 7월부터 전 국민 백신 접종이 시작돼 기업인 우선 접종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이유였다. 지자체 관계자는 “전 국민 접종이 시작되면서 질병청에서 제도를 종료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베트남의 경우 대한상공회의소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입국 시 시설격리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해주고 있지만, 백신 미접종자는 시설격리 14일과 자가격리 14일을 고스란히 보내야 한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화이자 접종을 완료하기까지는 적어도 두 달이 걸리기 때문에 베트남이 요구하는 격리기간까지 더 하면 입국하는 데만 3개월이 소요되는 셈”이라며 “기업인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 역시 “해외는 부스터 샷도 맞는데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마자 발 빠르게 제도를 없앤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해외에 나가야 하는 기업인들을 먼저 맞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인의 백신 우선 접종 수요는 항상 있다”며 “해외 비즈니스를 위해 기업인들이 원활히 출입국을 하려면 백신 접종 패스트트랙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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