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 소재지를 둔 부동산 법인 B사는 올해 4월 26일 설립된 직후 5월 14일 울산의 한 아파트를 1억 4,300만 원에 매입했다. 넉 달 후인 이달 6일 이 회사는 해당 아파트를 1억 6,600만 원에 팔며 2,300만 원의 차익을 올렸다. 이 아파트는 올해 공시가격 9,080만 원으로 1억 원에 못 미치는 데다 B사가 비수도권 소재 법인인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취득세와 양도세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법인의 주택 취득세·양도세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B사가 소액 단타 투자를 위해 설립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주택 관련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지만 이 틈을 파고들기 위해 부동산 법인을 세우는 사례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6·17 및 7·10 대책 이후 급격히 위축됐던 부동산 법인 설립 건수가 규제 직전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30일 통계청과 중소기업청 창업기업동향 통계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의 부동산 법인 설립 건수는 1,819건으로 지난해 6월 2,147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법인 설립 건수는 매년 월 수백 건 수준을 유지하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2019년 1,000건대를 돌파했다. 이후 지난해 3월 2,257건 등 절정을 이루다 6·17 대책과 7·10 대책으로 법인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세·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되자 지난해 10월 939건으로 반 토막 났다. 하지만 올 3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7월에는 1,819건까지 늘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6년 1월 이후 역대 여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부동산 법인 설립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법인들의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법인이 매수자로 참여한 거래는 지난해 7월 4,330건에서 규제 이후 지난해 9월 484건까지 떨어졌지만 올 7월 3,355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법인이 오피스텔이나 공시가 1억 원 미만 주택에 대한 투자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이 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율은 지방세 포함 최고 13.4%지만 오피스텔은 4.6%다. 개인 역시 오피스텔 취득 시 주택 수와 무관하게 4.6%의 취득세를 내지만 양도세 측면에서 법인이 유리하다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개인 3주택자가 오피스텔 매매로 1억 5,000만 원의 차익이 생겼을 때 양도세율은 38%에 중과세율 30%를 더해 68%에 이르지만, 법인은 10%의 기본 세율에 20%를 추가해 30%가 적용된다.
부동산 법인은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단타 투자를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에 소재지를 둔 법인의 경우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주택을 매수하면 취득세는 12%가 아닌 1.1%를 적용받는다. 또 개인이 1년 미만 보유 주택을 팔 때 양도세는 70%지만 법인은 양도 차익에 따른 기본 세율(10~25%)에 20%포인트를 추가해 최고 45%를 내면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수요를 옥죄기 위해 내놓은 각종 규제의 틈새를 이용하려는 투기 세력이 잇따라 부동산 법인을 세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세제상 실익 여부를 따져보면 부동산 법인을 통한 투자가 무조건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법인세가 개인의 양도세보다 유리할 수 있으나 투자 기간이나 보유 기간, 매도 후 수익이 법인의 소유주에게 이전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개인 투자와 차이가 없거나 과세의 유예에 불과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