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압승하면서 본선 직행에 한층 다가갔지만 ‘대장동 리스크’로 인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 지사는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을 포함한 대장동 사건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를 틈타 연일 ‘안전한 후보론’을 강조하며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지사는 전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발표된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58.17%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 지사는 약 16만 표를 더 얻으면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한다. 현재 투표율(65.96%)로 예상한 유효표 약 140만 표의 과반인 70만 표에서 이미 얻은 54만여 표를 뺀 값이다.
하지만 이 지사가 긴장을 늦추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대장동 의혹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만큼 향후 수사를 통해 사건 전모가 밝혀질 경우 향후 3차 선거인단 투표와 본선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공약 발표회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제도의 한계든 제 부족함이든 민간 개발이익이 과도해 국민 여러분의 많은 상실감과 소외감이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개발이익의 민간 독식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유감을 드러내 의혹에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 물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국민께서 더 이상 토건 비리 부패 세력으로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부동산 공화국 탈피, 불로소득 근절이라는 근본 계획을 반드시 실행함으로써 이 유감의 뜻에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 지사는 이번 유감 표명이 사과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안타까움에는 공감하지만 사과할 일이 아니라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제가 성남시 공무원을 지휘하던 상태에서 드러난 비리는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며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과 얽혀 있다는 의혹도 명확히 부인했다. 이 지사는 “무리하게 엮지 말아달라”며 “팩트는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장 선거 때 도와준 것이며 시설관리공단 관리원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경선(10일)을 앞두고 ‘서울 5대 공약’도 발표했다. 대장동 의혹 여파를 수습하는 동시에 정책도 끝까지 챙기면서 표심 굳히기에 주력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강북 지하철 1호선 지상 구간과 경부고속도로 강남 구간 지하화를 필두로 한 서울 공약에는 범정부 국제금융유치단 구성과 창업을 위한 대학 캠퍼스타운 조성, 제로에너지건물(ZEB) 설치, 수소 충전 인프라 증설 등의 구상이 담겼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자신이 각종 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운 안전한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직접적인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청렴성 측면에서 자신에게 비교 우위가 있다는 점을 꾸준히 언급해왔다. 이 전 대표 캠프의 정운현 공보단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를 겨냥해 “‘책임’을 진다는 것이 고작 ‘유감 표명’인가. 국민을 장기판의 졸로 보지 않고서야 어찌”라고 비난했다.
이 전 대표도 전날 인천 지역 경선 합동 연설회에서 “적폐가 기득권 세력과 특권 동맹을 맺어 대장동에서 돈 잔치를 벌였다”며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완전히 진실을 가려낼 것을 수사 당국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대장동 사건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간다”며 “우리에게는 판단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결선투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