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 안에 들어오려 하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4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정제민 판사)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4월 A씨와 아내 B씨가 심하게 다퉜고, 이에 불안감을 느낀 자녀 중 1명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뒤 상황을 종결하고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집 밖에 있던 B씨가 아직 집 안에 있는 미취학 자녀를 데리고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찰관은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A씨는 거부했다. 경찰관이 A씨의 말을 듣지 않고 진입하려고 하자 몸싸움을 벌였다. A씨가 경찰을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경찰이 집에 들어오려 하면서 먼저 자신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흔들어 이에 저항한 것이지 폭력을 행사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다소 흥분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집 안에 자고 있는 자녀를 위해할 어떤 위험성이나 정황이 없었기 때문에 강제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 경찰의 행위가 적법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상황이 녹화된 영상과 양측 진술을 볼 때 가정폭력이 진행 중인 상황이 아니고, A씨가 먼저 경찰관을 폭행한 정황도 없다는 것이다. 또 A씨가 도주할 움직임이 없었는데도 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혹여 A씨가 경찰관을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체포에 저항한 것으로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