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하니 즐겁지 아니한가?”

[라이프점프_스여일삶 공동기획]

(19) 김나리 미디어오리 대표_미디어 스타트업

‘자유’와 ‘책임’이 공존하는 조직문화 강조

직원들에게 신뢰 메시지 끊임없이 전달

오래 남을 콘텐츠나 미디어 지원하고 싶어


스타트업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커뮤니티 <스여일삶>에서는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4050여성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있습니다.

사진=김수빈사진=김수빈





미디어 전문 인큐베이터, 미디어오리. 창업 초기 단계의 팀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안정기에 접어들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 특수한 인큐베이터가 없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미디어오리의 팀원은 무엇보다 ‘사내 문화’를 중요시한다. 다른 회사를 멘토링하는 만큼, 내부 조직도 ‘자유와 책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있으면 이곳이 굉장히 열려 있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돼요. 그리고 제 생각이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이 제가 여기에 계속 있을 수 있게 된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러한 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 미디어오리는 수많은 회의가 그 비법이라고 한다. 김나리 미디어오리 대표는 직원을 체계적으로 신뢰하며, ‘신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그 메시지를 전달받은 직원들은 또 대표를 믿으며 자율적으로 일한다.

미디어오리만의 독특한 사내 문화로는 ‘자율 근무제’가 있다.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 시간을 매주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다. 사무실에 꼭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출퇴근 시간에 관한 규정도 따로 없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 역시 김나리 대표가 직원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신뢰를 계속 체계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원 역시 주도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의사소통을 하고, 회사에 동기화하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게 된다. 그래서 미디어오리는 의사소통이 굉장히 잘되는 조직이라고 내부에서 이야기한다.

미디어오리도 자율근무제도가 처음부터 잘 작동됐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럽게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시도 끝에 미디어오리는 각자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되, 주기적인 대면 회의 방식으로 적용했다. 현재 미디어오리는 월요일 주간 회의는 꼭 만나서 진행한다. 그 외 회의는 효율과 직원들의 방식에 맞추어 대면/비대면 회의를 선택적으로 운영하는 중이다.

자율적인 환경이기에 책임감도 무척 크다고 한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회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일을 맡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무 형태나 바꾸어야 할 점, 불만 사항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미디어오리 직원들이 책임감 있게 자율 근무제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갖춘 미디어오리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할까?

자신을 스스로 알리는 것을 즐거워하는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협업을 많이 하므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미디어 오리 사내 문화의 지향점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접하는 데에 두려움이 크게 없고 즐기는 분이 미디어오리에 오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김수빈사진=김수빈


- 어떤 비전으로 미디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시작하게 됐나요.

“우선 시작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봤어요. 새로운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는 엄청나요. 다만 그걸 혼자 시작하기는 어려워요.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한데, 그 중 일부를 내가 잘할 수 있고 그걸 할 때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결국, 즐거워서 하게 되었어요. 회사 사람들도 다 그게 좋아서 왔고요.”

- 인큐베이팅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팀 자체가 얼마나, 속된 말로 얼마나 ‘존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 오래 남을 이야기들, 오래 남을 콘텐츠들, 오래 남을 미디어들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관련기사



- 미디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미디어 산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지금 미디어를 시작하는 분들이 앞으로 들을 법한 이야기에 대해 전하고 싶어요. 창업 관점에서 ‘미디어 창업은 비즈니스 모델(*수익창출 모형)이 없잖아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요. 미디어 사업은 제품이 없다는 거죠. 보통 미디어는 투자에 의존하거나 다른 비즈니스를 찾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고요. 그런데 미디어 쪽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숨어서 “투자를 잘 못 받아서 그렇지 미디어가 제일 돈을 많이 벌지 않나”라는 식의 대화를 많이 해요. 미디어는 현재 가장 투자가 안 되고 있는 창업 업종 중의 하나면서 동시에 실제 매출은 꽤 잘 나오고 있는 업종이에요. 미디어는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고 아직 그 실험들이 끊임없이 진행 중입니다.”

김나리 미디어오리 대표/사진=김수빈김나리 미디어오리 대표/사진=김수빈


- 미디어 산업에 진출하는 여성 리더들이 증가하고 있어요. 동종 업계의 산업에 대해 한마디 해준다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러 갔을 때 여성이 거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 세대 여성들이 많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여성들이 되게 많이 진출하는구나,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이나 구조는 아직 변하지 않았어요. 남성 중심이에요.

많은 사례를 보면 여성들은 진출했다가도 다른 직종으로 밀려난다거나 조직 안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 막히는 거예요. 이건 구조적인 차별이 현재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쭉 견디려면 내가 어떤 조직이나 사회 안에서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결과물은 정신적인 우울감으로 나타나거든요.

현재, 자기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그 자리에 관한 책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주변에 제 나이 또래나 저보다 조금 더 나이 많은 분들하고 모여서 ‘우리가 힘이 되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 마지막으로 미디어 창업을 도전하려는 여성분들에게도 해줄 말이 있다면요.

“창업은 기본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 이면에 ‘나 이거 계속할 수 있어’라는 질문이거든요. 지금 당장 자신감이 적다고 해도 어차피 경험이 그 자신감들을 채워줄 거예요. 미래에 있을 나의 자신감을 어느 정도 믿고 시작하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하는 건, 미디어 산업에도 창업하려는 분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눈앞에 벽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땐, SNS를 통해서든, 저희 중 누구에게 연락해서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려주세요.”

- 미디어오리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미디어오리를 창업한 가장 큰 목적은 인큐베이팅이에요. 지금 개인 투자 조합에 가입해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투자 프로세스도 배우고 있고요. 창업하는 단계에서 할 수 있는 투자 관계를 스스로 경험하고 몇 년 안에 첫 투자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본 인터뷰는 스여일삶 유튜브 ‘여돕여TV’에서 영상으로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수진 김지영 스여일삶 에디터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