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생활이 재미가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거리 두기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하나는 국내 주식시장이 3개월째 재미가 없다. 코스피는 지난 7월 이후 계속 조정을 받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도 9월 초 이후 조정 우위다.
주식시장이 부진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이 크다. 성장률 등 각종 지표들이 하반기 둔화되고 있는데 피크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비용 부담도 커졌다. 운임 가격은 높은데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도 올랐다. 금융 위기로 가지는 않더라도 중국 헝다그룹을 둘러싼 긴장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뜻하지 않게 중국 전력난까지 겹쳤다. 미국과 한국 금리 상승도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은 정점을 지난 것일까.
나의 대답은 ‘아직은 이르다’이다. 인정할 부분이 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같은 주식시장 랠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는 2022년 경제성장률과 기업 이익 증가율은 올해만 못할 것이다. 각국 통화정책도 점차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 예정이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 비용과 물가가 높아지는데 채권 투자는 부담이 더 크고 국내에서 원자재 투자 대상을 찾기는 어렵다. 초인플레이션 국면이 아니라면 아직은 주식시장의 매력이 남아 있다.
4분기 재미없는(?) 주식시장을 살릴 수 있는 계기는 세 가지 있다. 첫째, 중국 헝다그룹 파산 우려가 금융 위기로 전이되지 않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기업 도산 위험에 대한 태도는 예전과 다르다. 금융 위기는 부채가 많다는 사실보다 부채 구조(단기 자금 조달 비중)와 채권자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부동산과 금융기관 위험이 확산되면 체제 유지에 대한 위험이 커진다. 결국 중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진정되고 공급 부담이 완화되는 것이다. 델타 변이 이후 아시아 제조업 공급망의 타격이 컸다. 이는 생산 차질과 공급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만만찮으나 전 세계적으로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4분기 이후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전력난과 공급 부족에 따른 비용 부담은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재정 정책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부른 특수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기는 어렵지만 재정 정책의 여지는 남아 있다. 중국은 헝다그룹 이슈로 부동산 투자가 감소하겠지만 인프라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미국에서도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어떤 형태로든 의회를 통과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EU)에서도 회복 기금을 통한 정상화 시도가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불붙기 시작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여름을 지나며 식어가고 있다. 주가도 싸지 않다. 기업 이익에 우호적인 환경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시대가 다가온 것처럼 주식 투자도 이제는 생활화가 필요하다. 너무 공격적이고 꿈을 좇는 투자보다 조금 더 안정적인 전략이 필요해졌다. 친환경 등 성장주와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