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CEO&STORY] "창업은 도구일뿐…새로운 서비스 만들어 낼 때 희열 느끼죠"

◆'명함·세금 환급앱 잇단 성공'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학창시절부터 '만드는 게' 좋았던 공학도

헬리콥터 제작·다큐 PD 꿈 키우다 기업행

KT 입사후 벤처기술 검토하다 창업 다짐

스트레스 쌓이면 기획·구상…위기 견뎌내

하고싶은 것보다 시장 원하는 것 창업해야

N잡러 위한 보험 등 '금융 삼쩜삼' 만들것





“스타트업 창업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학생 때는 비행기를 만들고 싶었고 그다음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결국에는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범섭(사진)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무언가 만들다 보니 지난 10여 년간 몇 번의 스타트업 창업을 하고 많은 성과를 거뒀다.

김 대표가 현재 있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 2015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 서비스를 시작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배달 라이더, 웹소설 작가 등 ‘N잡러’가 크게 늘어나면서 소액 세금 환급 수요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N잡러는 여러개의 부업이나 취미 활동을 통해 추가 수익을 얻는 사람을 말한다.

삼쩜삼은 최근 누적 가입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의 10%가량이 삼쩜삼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가입자 속도도 점점 빨라진다. 올 7월부터 9월까지 두 달간 15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새로 가입했다. 하루 신규 가입자 수만 1만 명이 넘는다.

사실 김 대표는 벤처 업계에서 ‘창업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한 번도 성공시키기 어려운 창업을 벌써 두 번이나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국민 명함앱’으로 불리는 ‘리멤버(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했다.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 2018년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했다.

◇기업가를 꿈꾼 적이 없다=김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무언가 만드는 데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들어갔다. 학사·석사·박사 모두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다. 헬리콥터를 만드는 게 그의 꿈이 됐다. 막상 헬리콥터를 파고들다 보니 회의감을 느꼈다. 그는 “석사과정에서는 헬기 제작이 아닌 유체역학 등 세부 이론에 집중하는 게 따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서른이 다 된 대학원생은 결국 학교에 결석했다. 지도교수와 연구실 선배들은 학교가 있는 대전을 떠나 경기도에 있는 그의 집으로 갔다. 설득에 못 이겨 대학을 더 다녔다. 그것도 잠시였다. 결국 무언가 만들어야 하는 욕심에 학업을 내려놓았다. 다음 꿈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송국 PD. 언론사 입사 준비 스터디에서 현재 부인을 만난 성과는 있었다. 그러나 방송국 문턱을 넘는 데는 실패했다.



헬리콥터·다큐멘터리 제작을 포기하고 들어간 곳은 KT였다. KT에서는 벤처기업인들을 만나 사업 제휴 검토 업무를 했다. 일종의 심사역 역할이다. 벤처 기술을 검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했다.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를 보고 그는 “나도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KT를 나와 위자드웍스·그루폰코리아·패스트트랙아시아 등 스타트업을 거쳤다. 김 대표는 “창업은 단지 도구고 스스로를 서비스 만드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제품이나 아이디어로 만들고 싶었을 뿐인데, 10년이 넘는 창업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다. 직장인이라면 한번 이상 써봤을 명함 애플리케이션 ‘리멤버’와 N잡러의 필수 세무 환급 서비스 ‘삼쩜삼’이 그의 창작 열정에서 나왔다.



◇기업가가 되다=스트레스가 쌓이면 또다시 기획하고 만들었다. 그는 “회사가 자금이 떨어지고 인력 이탈 문제 등이 있었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그때 다른 서비스를 구상하고 기획하면서 쌓인 감정을 풀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할 정도로 만드는 행위 자체를 즐긴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회사 직원이 20명이 넘어가는 순간 창업자는 동료가 아닌 경영자가 돼야 했다”고 설명했다. 3개의 회사를 세우고 2개의 서비스를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매순간 위기였다. 자비스 창업 이후 4년 동안 겪을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겪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투자금이 바닥을 보일 때도 있었고 직원들이 무더기로 나간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창작자’가 아닌 ‘기업가’가 돼야 했다. 평소 관심을 덜 두던 재무나 인사 분야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서비스 개발 역시 하고 싶은 것에서 나아가 ‘해야만 하는 것’으로 점점 바뀌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세무 환급 서비스가 N잡러에게 큰 반응을 얻자 N잡러를 위한 금융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가입자 연령대는 20~30대였고 가장 높은 환급액을 받는 연령대는 50대 이상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플랫폼 근로자로 세무 환급 서비스 외에도 단기 대출이나 보험 가입 등의 서비스를 찾고 있었다.

10년간 무사고 배달 라이더와 막 라이더를 시작한 사람들 간 신용도는 분명 차이가 있는데 현재는 같은 신용등급으로 평가받아 대출이 되고 있는 문제를 발견했다. 김 대표는 “세금 환급뿐 아니라 N잡러의 신용등급 등을 활용해 더 유리한 조건의 단기 대출이나 보험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며 “창업자의 희망 사항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재 시장이 원하는 것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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