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연대·협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우리는 만날수록 힘이 나는 민족”이라며 “우리 겨레는 세계 어디서든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별”이라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재외동포 1세대 선조들은 간도와 연해주, 중앙아시아, 하와이, 멕시코, 쿠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당당한 도전과 성취의 역사를 썼다”며 “동포들은 고된 타향생활 속에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을 후원했다. ‘힘이 있으면 힘을, 돈이 있으면 돈을 내자’는 정신으로 모금 운동을 벌였다. 온 민족이 함께 힘을 모아 마침내 독립을 이뤄낸 역사적 경험은 해방 후에도 대한민국이 전쟁과 가난, 독재와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우리의 저력은 다시 한번 빛났다. 동포들은 모국에 방역물품과 성금을 보내 주셨다. 거주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비롯한 취약계층에게 마스크 등 방역필수품을 나눠드렸고 어려운 동포와 이웃을 도왔다”며 “뛰어난 민간외교관 역할을 해 오신 재외동포 한 분 한 분이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해외 체류 국민과 재외동포의 보호와 지원’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해 실천해 왔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을 영사실로 승격시키고 해외 사건사고 전담 인력도 대폭 확충했다. 2018년 문을 연 해외안전지킴센터는 365일 24시간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해 실시간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는 무엇보다 코로나 확산 속에서 동포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인회와 협력하고 현지 정부와 공조하여 막힌 하늘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에 대한 국가의 책무 역시 잊지 않겠다”며 “올해 1월 시행된 ‘사할린동포 특별법’에 따라 올해 말까지 350명의 동포들이 영주귀국을 앞두고 있다. 영주 귀국을 원하는 사할린 동포들을 순차적으로 모두 고국으로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동포사회의 차세대들은 선대들의 뒤를 이어 거주국의 당당한 리더이자 모국의 성장파트너가 되고 있다”며 “세계를 무대로 성공신화를 써온 ‘한상’들은 국내기업의 수출과 해외 진출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 동포 네 분이 미국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지난 9월 한국계 최초의 독일 연방 하원의원이 탄생했다. 동포사회뿐 아니라 겨레 모두의 긍지”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K-팝, K-드라마와 영화·게임·웹툰, K-뷰티·푸드 등 한류도 거론하며 “알파벳 ‘K’는 이제 대한민국의 품격과 소프트 파워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세계인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다”고도 호평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어와 한민족 역사를 배우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재외동포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며 “한글학교와 한국교육원 등 재외 교육기관의 신설과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는 아직 분단을 넘어서지 못했다. 재외동포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남북으로 나뉘어진 두 개의 코리아는 안타까운 현실일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대립할 이유가 없다. 체제 경쟁이나 국력의 비교는 이미 오래전에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함께 번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통일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과 북이 사이좋게 협력하며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동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남과 북을 넘어 하나의 코리아가 갖는 국제적인 힘, 항구적 평화를 통한 더 큰 번영의 가능성을 동포들께서 널리 알려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8,000만 남북 겨레와 750만 재외동포 모두의 미래세대들이 한반도와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감하고 연대하는 꿈을 꾼다. 그 길에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해외순방 때마다 응원하며 힘을 주시는 동포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