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아 역대 최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던 기업들이 사모채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고채 금리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 큰데요. 전날 국채 3년물 금리는 1.719%로 전일 대비 7bp(1bp=0.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국채 3년물 금리가 1.7%를 넘어선 것은 2019년 5월 1.71% 이후 약 2년 반 만입니다. 10년물은 2.399%로 전일 대비 10.8bp 올라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실시할 것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중국 헝다그룹 부도 여파까지 겹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요. 이달 말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지만 금리 변동성은 당분간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내년 하반기까지 최대 3회(0.7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구간이라는 판단 때문이지요.
공모 회사채 시장도 지난달 말부터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조 단위 투자 수요를 끌어모으며 역대 최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던 상반기와 달리 높은 가산금리를 감수하며 투자자를 모시고 있지요. 코리아세븐(A+), 풀무원식품(A-), 디티알오토모티브(A-) 등 A등급에서도 미매각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모사채나 단기자금(CP·전단채)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늘어났습니다. 보름에서 한 달 여 시간이 소요되는 공모채와 달리 하루만에도 발행할 수 있어 변동성 노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사모채는 공모채 대비 약 20bp 안팎의 가산금리를 더 주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차이가 거의 없어졌지요. 지난달 말부터 SK에코플랜트와 티맥스소프트, 두산중공업, 이마트에브리데이, 코리아세븐 등이 사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날도 네패스아크와 화승소재가 사모채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SK머티리얼즈 등은 단기자금시장을 찾아 장기 CP(기업어음)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장기금리가 급등하자 단기자금시장을 일종의 '피난처'로 사용하는 모습이지요. 이밖에 시장 수요가 줄어든 여전사(여신전문금융회사)들도 여전히 장기CP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올해 발행한 물량만 약 2조 원에 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