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낙태권 보장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등 논란이 거센 가운데 연방법원이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에 제동을 걸었다.
6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텍사스주 오스틴 연방지방법원의 로버트 피트먼 판사는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이 헌법에 보장된 낙태권을 부정했다”며 “법 효력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법무부가 낙태금지법이 위헌이라며 텍사스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연방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텍사스주는 제5연방항소법원에 즉각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 관계자는 “법이 일시적으로 보류되더라도 최종 판결 전까지 낙태금지법을 위반할 경우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텍사스주 낙태금지법은 공화당의 주도로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의학적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강간·근친상간 등의 이유가 있어도 임신 6주가 지났다면 임신부의 중절 수술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 법은 주 정부가 아닌 일반 시민에게 소송 권한을 위임하고 이길 경우 최소 1만 달러(약 1,200만 원)를 받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2주간 낙태 관련 의료 기관을 방문한 텍사스주 출신 환자는 80%나 감소했다.
낙태권 분쟁을 둘러싼 논쟁은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을 일으키며 정치권의 싸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낙태 금지는 여성의 헌법상 권리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백악관 법률고문실,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을 총동원해 범정부 차원의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 중단을 명령한 피트먼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에 임명된 판사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앞서 보수 절대 우위인 대법원은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금지법 시행을 막아달라고 제출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