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6만전자는 좀 심각한데"...삼성전자, 내년 실적 전망치 극과극





삼성전자(005930)가 10개월 만에 6만 원대로 주저 앉았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내년 실적 눈높이가 하향 중인 와중에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밸류에이션 배수까지 위축되면서 주가가 수렁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12일 오전 11시 32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08% 급락한 6만 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 초반 삼성전자는 6만 9,100원까지 밀려나면서 지난해 12월 2일(장중 저가, 6만 8,300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시세를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를 끌어내리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1분 기준 외국인은 삼성전자는 2,40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이 15개월 만에 장중 1,200원을 돌파하면서 외국인의 대량 매도를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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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면서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습이다. 지난달까지 메모리 반도체의 고정가격은 보합세를 보였지만 이번 4분기부터 수요 둔화로 인한 약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이 실린다. 유진투자증권은 올 4분기 PC D램, 서버 D램, 낸드의 고정가격 하락률을 각각 5~10%, 0~5%, 0~5% 수준으로 내다봤다. 이에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022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59조 7,848억 원으로 지난 8월말 이후 4.3% 내려왔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이익 전망 하향 움직임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을 케이프투자증권이 63조 5,210억 원, 하이투자증권은 48조 8,630억 원으로 추정했는데, 두 값의 격차는 30%에 달한다. 시간이 갈수록 전망치 간의 편차가 좁혀질 텐데 그 과정에서 보수적인 전망 쪽으로 기댓값이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날 대신증권은 이익 추정에 기본 근간이 되는 내년 D램 평균판매가격(ASP) 추정치를 변경하면서,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71조 1,720억 원) 대비 25.6% 하향한 52조 9,740억 원으로 낮췄다. 한 증권사의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향후 4분기 실적 프리뷰 자료가 발간되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컨센서스의 방향은 아래를 가리킬 공산이 크다"며 “7만 원이 무너진 현 주가가 바닥인지 아닌지 확언이 어렵지만 당분간 상승을 바라기에는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익과 함께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인 밸류에이션 배수와 관련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식의 밸류에이션 배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맺는 ‘글로벌 유동성 전년 동기 대비(YoY) 증감률'이 올해 3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 YoY 증감률은 하락 사이클 발생 시 1년 가량 지속됐다. 업황과 밸류에이션 배수 관련 지표를 좀 더 확인한 뒤 매수에 나서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10만 전자’가 가능하며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많다. 지난 1월 11일 역대 최고가(9만 6,800원)을 찍은 뒤 반년 넘게 하락만 하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우려를 선반영했으며 현재 조정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진단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전력난에 의한 IT 공급망 차질 이슈는 올 4분기 정점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가격 하락을 확인한 메모리 업체들은 설비투자에 보수적으로 선회하면서 10~11월 불확실성의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가격 하락은 내년 2분기까지 짧은 하락 구간을 거쳐 하반기부터 반등할 전망이며 과도한 공급 과잉도 없을 것"이라며 “내년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스마트폰 사업이 동시에 개선되며 사상 최대 실적(62조 8,0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로 10만 5,000원을 제시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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