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당초 계획대로 경기지사로서 경기도 국감을 정상적으로 수감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지사직 조기 사퇴 권유에도 국정감사장에 직접 출석해 대장동 관련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 대선 후보로서 지사직을 조기 사퇴하고 대선에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당 지도부의 권유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숙고한 결과 저의 당초 입장대로 국감에 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돼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18일),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 국감(20일)에서 기관 증인으로 출석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후보의 도지사직 사퇴는 경기도 국정감사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이자 관리자로서 일부 직원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관할하던 인력이 약 5,000명 정도 되는데, 어쨌든 일부 직원이 오염되고 부정부패 했다는 의심이 상당히 들어서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재차 사과했다. 유 전 본부장이 최측근이라는 것에는 선을 그으면서 원론적 차원의 ‘관리 책임’만 인정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셈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가 도지사직을 가급적 빨리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컸다.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됐고 국정감사에 참여할 경우 자칫 국민적 관심만 키워 대권 행보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송 대표도 지난 11일 이 후보와의 면담에서 “이제부터 이 후보는 단순한 경기지사가 아니라 집권 여당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라면서 지사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권유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캠프 내에서도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국감 전 사퇴 의견이 많았지만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한 오랜 측근 그룹은 국감까지 지사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대장동 사태 초기부터 이 후보 본인이 직접 나서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공세를 주도해온 만큼 오히려 국감장에 당당히 출석해 역공을 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장동 연루 의혹에 불을 지폈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경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지사직을 포기하면 공세의 명분만 더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행안위 국정감사장에는 이 후보가 여야로부터 동시에 협공을 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오영훈 의원, 대표적인 친(親)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양기대 의원 등이 현재 행안위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