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공급난 속 유가가 7년 만에 80달러를 돌파했다. 석유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고 유럽의 천연가스 대란까지 맞물려 유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더 커지는 모양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47% 오른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82.15달러를 찍기도 했다. WTI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이다.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1.49% 상승한 83.62달러로,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의 브라이언 스완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원유 공급이 부족하고 겨울까지 다가오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대란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상기후로 풍력발전이 부진하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폭증했고 연쇄적으로 대체재인 석유 가격 급등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예르긴 IHS마킷 부회장은 “WTI는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브렌트유는 올겨울 100달러까지 가능할 것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전망했다.
특히 유가 상승세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긴축 시계가 빨라질 경우 경제성장에 부정적 여파가 우려되는 만큼 미국은 6억 1,780만 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유국에 증산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는 “브렌트유가 85달러를 넘으면 백악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증산 압박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비축유 방출과 산유국 증산에도 유가 고공 행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석유 기업들이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생산 관련 투자를 줄여 당분간 석유 공급이 빠듯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