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콘텐츠 세계 순위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될 차기 K-콘텐츠들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과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다음 달 19일 공개되는 6부작 ‘지옥’과 오는 15일에 선 보이는 8부작 ‘마이 네임’이다. 부익부빈익빈이 심화하는 한국 사회를 우화적으로 묘사한 ‘오징어 게임’과 마찬가지로, 이 두 작품 역시 한국 사회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조명한다. ‘지옥’은 멀쩡한 사람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초자연적 현상을 매개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옥과 다를 게 무엇인지 냉혹하게 물으며, ‘마이 네임’은 마약 조직을 배경으로 복수를 다룬 느와르다. 표현 수위도 나란히 높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지옥’, 초자연적 현상 속 선악과 정의를 묻다=영화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내놓는 신작 시리즈 ‘지옥’은 지난달 토론토영화제에 1~3부를 공개한 데 이어 최근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국내 대중에게도 첫선을 보였다. 사람들이 지옥에 떨어지는 상황에서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과 종교단체 새진리회 사이의 갈등을 긴장감 넘치게 전달하는 작품으로, 원작은 연 감독과 최규석 만화가가 함께 만든 동명의 웹툰이다.
평화롭게 생활하던 사람에게 어느 날 천사의 환영이 나타나 특정한 날짜와 시간에 지옥에 갈 거라는 ‘고지’를 내린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지옥사자들이 나타나 그를 상상 초월의 힘으로 고통스럽게 공격하고 섬광과 함께 지옥행을 ‘시연’한다.
연 감독은 과거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 등 애니메이션에서 드러냈던 사회를 향한 어둡고 염세주의적인 시선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드러낸다. 새진리회는 지옥행 고지가 인간이 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신의 의도를 드러내는 행위라며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지옥행을 선고 받은 이들의 신상은 새진리회의 급진적 지지자들에 의해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지고, 사람들은 이들에 대해 조리돌림을 벌인다.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에게는 서슴없이 폭력이 가해진다. 조리돌림의 대상이 된 이들이 느끼는 극한의 공포감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보고 있으면 현실이 지옥처럼 느껴진다.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전형적 판타지 설정을 그럴듯하게 만든 건 배우들의 연기다.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를 연기하는 유아인이 캐릭터에 몰입해 정의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장면은 섬뜩할 정도다. 유아인은 BIFF 관객과의 대화에서 “(캐릭터를) 선악 이분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며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이비교주 캐릭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양익준, 이레 등 주요 배역들의 연기도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기 충분하다. 다만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지옥사자의 모습이 원작에서 보여준 ‘진짜 지옥에서 온 느낌’이 아닌 단순한 괴수처럼 보이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대 여배우 한소희의 처절한 액션 느와르 ‘마이 네임’=역시 BIFF에서 1~3부를 선공개한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윤지우(한소희 분)가 경찰에 잠입하며 마주한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다. 지우는 조직원으로서 경찰에 들어가기 위해 이름과 신원을 오혜진으로 바꾼다. 일종의 언더커버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인간수업’을 연출했던 김진민 감독은 느와르물에서 20대 여배우인 한소희를 원톱 주연으로 내세우는 역발상 속에 리얼하고 수위 높은 액션을 속도감 있게 보여준다.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소희의 처절한 액션 연기다. 이 작품을 준비하며 체중을 10㎏ 불리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그는 경찰 삼단봉을 들고 마약 조직원들을 홀로 제압하기도 하고, 체육관 철제 링에서 남자들과 싸우면서 힘의 열세를 ‘깡’으로 극복하는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조직의 보스 최무진을 연기한 박희순은 절제된 모습으로 한소희를 뒷받침한다. 박희순은 한소희의 열연을 두고 “한소희의, 한소희를 위한 작품”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