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조직 안에서 50대 비중이 작더라도 10년 뒤에는 달라집니다. 기업은 조직 내 인구피라미드를 그려보고 조직 경영 체제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1’ 주제강연에서 인구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추진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조직 내 인구피라미드 작성을 제시했다.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기업에서도 정년 연장이나 임금 체계 변화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데 이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조직 내 인구 변화 추이를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이 주목해야 할 향후 10년간의 인구 변화들’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재편과 함께 임금 체계 개편이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장급 직원이 정년 연장을 했을 때 다시 부장급으로 배치할지, 비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지 등 직무 배치와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기업 문화나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후 시스템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 차원에서 소득 증가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기업도 숙련된 인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적극 고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당장 기업들이 인구 변화에 대응해 준비해야 할 것으로 ‘업무의 표준화’를 꼽았다. 직급이나 직책이 변한다 해도 업무 표준화를 바탕으로 임금 체계를 재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조직 관리뿐 아니라 직원 채용 등에도 변화 요인이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 변화에 따라 현재 대학 입시 제도는 사라지고 적합성에 따라 학생들을 뽑을 것”이라며 “기업도 결국 출신 학교보다는 업무 적합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신입 사원을 대규모로 뽑는 정기 공채보다 회사가 필요한 인재를 수시로 뽑는 경력 채용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차그룹·LG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은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고 SK그룹도 올해까지 그룹 공채를 진행한 뒤 내년부터 계열사별로 필요 인력을 뽑을 방침이다. 이 연구위원은 “신입보다 경력을 뽑는 형태가 되면 기업의 인사 관리 능력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며 “경력 채용이 일상화되면 어떤 인재가 우리 기업과 시장에 적합할지 고를 수 있는 눈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 영업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인구 감소로 시장이 축소될 경우 이익을 적게 보면서 많이 판매하는 이른바 ‘박리다매’ 방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리다매가 성공하려면 많은 소비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 사회가 될수록 새로운 소비자 발굴마저 쉽지 않다. 결국 시장은 작아지고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가진 소비자군이 어떤 형태의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세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내수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기업은 여러 가지 전략을 수정해야만 한다”며 “앞으로는 같은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를 판매하는 다품종 전략을 채택하거나 소비자와 함께 나이 드는 방식의 고령화 전략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점차 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인구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늘어나는 반면 세입 축소 등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시행 중인 원격의료 등은 앞으로 지방 소멸 지역 등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할 수 없는 역할 일부는 당연히 기업 등 민간 분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고령화 추세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할 뿐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노인 인구 증가 문제가 점차 심각해질 수 있는 중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중국의 고령화 문제는 노동력 감소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경제성장 둔화나 노후 보장 문제까지 불거진다면 정치적 불안정까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