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숙종, 알고보니 '고양이 집사'였네

■조선의 은밀한 취향

곽희원 외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조선 임금 숙종이 후원을 거닐다 굶어 죽기 직전의 어미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숙종은 ‘누런 길냥이’에게 금덕(金德)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잘 먹이고 길렀다. 훗날 금덕이 죽자 숙종은 장례를 지내주고 애도의 글도 지었다. 금덕의 새끼 ‘금손’은 왕 옆에서 밥을 먹고 용상 곁에서 잠을 잤으니, 신하들보다 더 임금과 가까웠다. 숙종이 ‘고양이 집사’였다면 성종은 일본에서 선물로 보내온 원숭이가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까 염려돼 사슴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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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도 국가 지도자이기 이전에 ‘사람’이었으니, 공식 석상에서와는 사뭇 다른 개인의 취향과 자시만의 취미가 있었다. 신간 ‘조선의 은밀한 취향’은 왕실의 왕과 왕비가 가졌던 사적인 취미와 오락, 인간적인 여러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산군은 진귀한 화초 수집과 화원 조성에 집착할 정도로 빠져 있었고, 고종과 순종은 창덕궁·덕수궁에 당구장을 설치했을 정도로 당구에 심취했다.

왕도 취미를 즐길 수 있어야 하지만, 조선 임금은 모름지기 학문을 숭상하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며 백성을 걱정하는 ‘왕도정치’가 과업이었기에 취미생활도 자유롭지 못했다. ‘사냥 덕후’였던 태종은 종묘에 제사 지내러 가는 길에 몰래 매사냥을 즐기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종기를 없애러 온천 치료를 다녀 온다는 것을 두고 신하들이 ‘그 핑계로 사냥을 즐기려는 것 아니냐’며 반대할 지경이었다. 애호부터 탐닉까지 총 31편의 이야기를 구성지게 담은 책이다. 1만7,000원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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