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내 상장 채권 보유 금액이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국채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자금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 채권 보유액이 203조 6,14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전월보다 6조 5,000억 원(3.3%) 증가한 수치로 이 액수가 200조 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이후 연속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연달아 경신하게 됐다. 외국인이 국내 상장 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7.3%에서 9.2%로 늘어났다.
종류별로는 국채에 154조 7,000억 원(76%), 특수채를 48조 8,000억 원(24%) 보유하고 있다. 만기로 나눠보면 1년 이상 5년 미만 상장 채권을 93조 3,260억 원(45.8%) 담았으며 5년 이상이 5조 7,134억 원(28.1%), 1년 미만 단기채가 5조 3,153억 원(26.1%)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 채권을 총 5조 1,720억 원 순투자했다. 11조 2,680억 원을 순매수한 후 6조 960억 원을 만기 상환했다. 국채에 총 1조 5,000억 원을 순투자했으며 통화안정채권에서는 400억 원을 순회수했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 채권 투자액이 늘어나는 배경은 대외 신인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고채·통안채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상장 채권 시장에는 외국 중앙은행 등 공적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한국 국가 신용 등급을 각각 AA, AA-로 평가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주식시장이 조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한 채권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채권 시장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꾸준한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는 점 등은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 추세를 억누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편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을 2조 5,050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주식 보유액은 주가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전월보다 28조 7,000억 원 줄어든 769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