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달 초 경기 양평군의 5층짜리 모텔 전 객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을 불법 촬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혀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모텔 직원을 매수해 6개월 넘게 손님 수백 명을 촬영하고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금품까지 뜯어냈다.
#2. 지난달에는 서울 강북구의 한 병원에서 30대 의사가 청진기로 환자를 진료하던 도중 휴대폰으로 환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입건됐다. 해당 의사의 휴대폰에서는 추가 피해자로 의심되는 다른 여성들의 동영상과 사진이 무더기로 나왔다.
잇따른 처벌 수위 강화에도 몰래 카메라 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범죄 건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년 5,0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범죄에 악용되는 몰래 카메라가 시중에서 판매될 수 없도록 유통을 금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14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5,185건 △2017년 6,465건 △2018년 5,925건 △2019년 5,762건 △2020년 5,151건으로 집계됐다. 6,000건을 넘었던 지난 2017년 대비 지난해 25%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몰카 공화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두 차례 법 개정을 거쳐 ‘몰카’ 성범죄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처벌 수위를 강화했다. 초범일 경우에도 구속 수사가 이뤄지거나 실형을 선고되는 사례도 최근 들어 많아졌다.
지난해부터는 교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에 대한 불시 점검을 매년 2회 이상 진행하기로 하는 등 각종 대책도 쏟아내고 있다. 초소형·고성능 몰카를 잡을 수 있는 탐지 기기를 개발해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내 화장실 3개소에 설치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도 강구 중이지만 몰카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를 근절하려면 나날이 발전하는 초소형 카메라에 대한 관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2015년부터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허가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몰카로 인한 범죄 발생 시 제조자부터 구매자까지 역추적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하고 고도화된 변형 카메라는 국가 안보나 연구 목적 등을 위해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몰카 피해자들의 처절한 호소에도 법안 통과는 감감무소식이다.
법안을 발의한 윤 의원은 “전파법상 인증된 변형 카메라를 구매하는 것은 너무나도 손쉬운 반면 이를 이용한 범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안긴다”면서 “몰카 방지 법안들이 19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핑계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