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개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정작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인력대란’이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당장 일손이 부족해 올해 원자재 출하량을 낮추는 기업이 생기는가 하면 급한 대로 외국인 노동자를 수혈해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 단순 노무직뿐 아니라 고급 기술 인력에까지 노동력 부족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결국 인력을 구하기 위해 임금을 올려 가뜩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호주 매체인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 회사인 호주 리오틴토는 올해 철광석 출하량 전망치를 종전의 최대 3억 4,000만 톤에서 3억 2,500만 톤으로 4%가량 낮춰 잡았다. 리오틴토 측이 밝힌 이유는 노동력 부족이다. 광산에서 일할 광부들을 제때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주(州) 간 이동을 제한한 것이 광부 부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뿐 아니라 최근 현지에서 불고 있는 건설 붐으로 인부들이 다른 건설 현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도 리오틴토가 겪는 구인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더 높은 임금을 찾아 노동력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탈퇴, 일명 ‘브렉시트(Brexit)’로 노동 인력 부족이 심각한 영국에서는 그 여파가 양돈 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날 800명의 외국 도축업자를 대상으로 자국에서 도축을 허용하는 계절 비자를 긴급 발행하기로 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값싼 노동력을 확보할 길이 사실상 끊기자 도축장에서 일할 일손마저 달리는 탓이다. 이 때문에 법으로 정한 돼지 수용 규모를 넘는 농장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영국 양돈협회 측은 “일손 충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각 농장이 (수용 규모 규정을 지키기 위해) 매주 1만 마리씩 돼지를 없애야 하는 처지”라며 “(충원 규모인) 800명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영국 현지의 노동력 수요·공급 불균형은 최근 40년 내 가장 심각하다. 노동력이 충분한지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인 일자리 대비 실업자 비율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4.1%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8월 1.45%로 뚝 떨어졌다.
급기야 고급 기술 분야에서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화이트칼라 채용 에이전시인 헤이스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현지 테크 기업들이 숙련된 기술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지불한 수수료는 1년 전보다 57%나 급등했다. 그만큼 사람을 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었다는 얘기다.
역시 구인난이 심각한 미국에서는 수백 명의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들이 일선 가맹점에 투입돼 닭을 튀기고 캐셔를 보는 경우도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노동력 부족에 최근 3개월 연속 평균 임금이 4% 이상 연이어 오르는 등 임금 인상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