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큽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지난 15일 KISTI 서울분원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원이나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현실에 안주하면 서서히 달궈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 꼴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서울경제가 전국 대학을 순회하며 매주 실시하는 ‘기업가 정신 토크콘서트’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며 KISTI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출연연과 대학에 기대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 기술 사업화,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내년 60주년을 맞는 KISTI의 수장인 그는 “데이터에 기반해 날렵하고 민첩하게 움직여 최선의 방안을 빠르게 찾아내는 애자일(agile) 전략이 중요하다”며 “선후배 간, 동료 간 ‘이어달리기’를 통해 디지털 전환,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 신뢰를 쌓고 실패를 용인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연구원들의 행정 부담을 줄여 몰입형 연구를 촉진하고 부서별로 데이터를 연계해 융합 연구를 활성화하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의 일환이다.
김 원장은 “KISTI는 국가 과학기술 데이터 지원 기관으로 실상 기술이전이나 연구자 창업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데이터 사업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 기술이전과 연구자 창업을 독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활발하지는 않지만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도 늘리려고 하고 있고, 연구자 창업에서도 현재 바이오 데이터를 활용해 처리·분석하는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KISTI는 인체 영상과 물성 정보 제작 방법 및 장치, 빅데이터 기반 기술·시장 분석 모델, 과학기술 사이버 안전센터 기술, 방화벽 정책 및 로그 가시화 시스템 등을 기업이나 출연연·병원 등에 기술이전 했으나 다른 출연연에 비해서는 활발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 원장은 “과거 ‘KISTI에서 창업 아이템도 없는데 무슨 창업이냐’는 시각이 팽배했으나 데이터 시대에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1년간은 절반씩 연구원 생활과 창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예비 창업 제도를 앞으로 도입할 것이다. 지금도 출연연에서 3년간은 연구원과 창업을 겸직할 수 있다”고 밝혔다. KISTI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공공·민간 데이터를 융합한 데이터 처리·분석 회사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원장이 요즘 관심을 두는 것 중 하나는 미래 농업 분야다. 기후위기 시대 식량 안보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이렇게 능동적으로 새 분야를 찾아 나서는 것도 기업가 정신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KISTI는 융합 연구를 기획하고 있는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천연물), 생산기술연구원(로봇), 건설기술연구원(드론), 에너지연구원(신재생에너지), 한의학연구원(한약재) 등과 협업할 방침이다. 울주군의 데이터팜이나 제주도의 바나나팜 등 민간 정보도 널리 수집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미래 농업 연구에 뒤처지면 나중에는 데이터팜 정보를 외국에서 사와야 한다”며 “오는 2024년에는 표준화를 꾀한 농업 플랫폼 형태의 데이터팜 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