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양자냐 4지선다냐…국민의힘, 본경선 룰 놓고 이견

■여론조사 문항 놓고 갈등

경쟁력 측정 '양자' 전제 결정했지만

선관위 공식발표엔 해당 문구 빠져

홍준표 캠프 "통계학적으로 불가능"

윤석열측도 '4지 선다' 불가 입장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 후보를 8명에서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예비 경선(컷오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권욱 기자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대선 후보를 8명에서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예비 경선(컷오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권욱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본경선 여론조사 방식을 ‘본선 경쟁력’ 측정으로 정할 때 가상 양자 대결을 전제로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공식 발표한 ‘결정 사항’에는 가상 대결이라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홍준표 캠프는 가상 대결 방식이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어 여론조사 문항 결정까지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정홍원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은 지난 15일 선관위 회의에서 선관위의 본선 경쟁력 측정 결정은 가상 대결 형식의 논의가 바탕이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가상 대결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를 1 대 1로 붙여 지지율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최근 여론조사 문항 결정을 앞두고 가상 대결 방식과 ‘4지선다’ 방식이 거론되자 당시 가상 대결이 전제였다는 것을 정확하게 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4지선다는 민주당 후보에 대해 국민의힘 후보 네 명을 나열하고 한 명을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선관위는 9월 5일 역선택 방지 조항 삽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마라톤 회의 뒤 본경선 여론조사에서 본선 경쟁력을 측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당시 회의 뒤 언론 브리핑에서 “여권의 유력한 후보와 우리 후보를 1 대 1로 놓았을 때 어떻게 나오느냐, 이런 걸 측정하는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질문 방법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가상 대결 방식이 유력하기는 하지만 다른 방식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관련기사





정 위원장이 최근 당시 결정이 가상 대결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갈등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발표 사항에는 ‘후보의 본선 경쟁력 측정하는 방안’이라는 문구만 있고 가상 대결은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가상 대결 여부 등 방식은 확정된 게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선관위원은 “그때 문항을 전혀 결정하지 않았다”며 “구속력이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여론조사 문항을 결정하기까지 역선택 조항 삽입 논의 때처럼 재차 진통을 겪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준표 캠프는 가상 대결 방식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다수 후보를 대상으로 가상 대결을 진행하는 것은 유례가 없고 통계학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달리 윤석열 캠프는 4지선다에는 역선택 여지가 있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4지선다는 가상 대결과 달리 민주당 후보가 선택지에 빠져 있어 민주당 후보 지지자가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수 있다.

선관위는 19일 회의를 열어 9월 선관위 결정이 가상 대결이 전제였는지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캠프 대리인이 참석하는 여론조사전문가위원회 회의는 오는 22일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가상 대결 결과를 후보별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가상 대결 측정 방식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역선택 방지 효과를 거둘 여론조사 방식을 원점에서 논의할 가능성도 나온다.


조권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