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방송 거부해서” 여직원 살해한 BJ…‘피해자母 돈도 빼앗아’

노출 방송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20대 여직원의 돈을 빼앗고 살해한 40대 남성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19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오모(40)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기 의정부의 한 오피스텔에서 해외 선물 투자 방송을 진행하던 오씨는 대부업체 대출 등으로 1억원이 넘는 빚이 생겼고, 사무실 임대료·가족 병원비 등을 대기 위해 수천만원의 돈이 필요했다. 이에 오씨는 지난해 3월 A(24)씨를 채용해 주식 관련 지식을 가르친 뒤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인터넷 방송을 하게 해 수익을 낼 계획을 세웠다.



A씨가 이러한 지시를 거부하자 분노한 오씨는 흉기와 케이블타이 등을 구입한 뒤 A씨에게 협박을 가했고, 그의 어머니로부터 1,000만원을 이체하도록 명령해 빼앗았다. 하지만 돈을 받은 후에도 오씨는 A씨에게 수면제 등을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직후 사무실을 나온 오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했고, 이튿날 경찰에 전화해 자수해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A씨 때문에 계획이 틀어져 원망했다. 약이 올랐다”며 “결박한 뒤엔 이렇게까지 범행했는데 풀어주면 경찰에 신고할 거 같아 두려웠다. 1,000만원 그 정도 가지고 교도소 갈 거면 차라리 죽이는 게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정신질환 약을 먹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강도범행과 별도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5년의 중형과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1심 판결에 오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4차례의 실형 전과가 있고 범행 2주 전부터 범행 도구를 구매하는 등 계획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봤으나 시신을 은닉하지 않고 자수한 점 등을 감안해 처벌을 징역 30년으로 감경하고 전자장치 부착 기간도 15년으로 줄였다.

이에 오씨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오씨의 상고를 심리한 뒤 "연령과 성행,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징역 30년 선고가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