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파리





-이정록




파리채 위에서 놀자.

파리채를 들어 올리면

그때 사뿐 날아가자.

놈의 주먹 위에서 놀자.

놈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말자.

손은 열심히 비비는 척하자.

손에 피가 돌면 머리가 좋아지니까.

주먹을 들어 올리면



순간 높이 날아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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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만 믿는 놈에게는

날개가 없다는 걸 보여주자.

내가 높이 날아오를수록

놈은 코딱지처럼 작게 보인다.

도망치면 내가 작아지지만

날아오르면 놈이 바닥이 된다.

닭이 열이면 그중 하나 봉황이란 말 들었지. 천 마리 파리 중에 매가 하나 나오더니 제까지 퍼졌구나. 밥상 주인이 수저 들기도 전에 밥에 앉았다 생선에 앉던 녀석. 장유유서를 장 씨 먼저 유 씨 나중으로 알던 녀석. 낮잠을 자려면 코끝을 간질이던 괘씸한 녀석. 대대로 빌어먹은 은혜를 장티푸스와 콜레라로 갚던 녀석. 손바닥 펴면 손등에 앉고, 파리채 잡으면 파리채에 앉으라고 행동 강령까지 외치는구나. 그런데 손을 비비는 이유가 비굴함이 아니었구나. 권력자의 주먹을 비웃는 통쾌한 복수극이었구나. 파리도 파리 목숨 걸고 나는구나. 오죽하면 저 시인이 파리에게서 민중을 보겠느냐.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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