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총 10곳의 혁신도시를 건설하는데 10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전북을 제외한 나머지 8개 도시가 당초 계획인구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혁신도시 시즌2를 둘러싸고 지역별 유치 경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자칫 유령도시만 더 늘릴 수 있다는 일침이다.
21일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효과 및 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부산과 전북을 제외한 나머지 혁신도시는 당초 계획인구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천·음성에 위치한 충북혁신도시의 경우 계획인구 대비 80%를 하회하는 저조한 달성률을 보였다.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정책에 따라 전국 11개 시·도에 10개의 혁신도시가 신설됐으며 이에 따른 총사업비가 10조 5,000억원에 달한다.
혁신도시 내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주변 지역으로부터 유입이 주를 이룬다. 오히려 혁신도시 내 인구는 지난 2018년부터 수도권으로 순유출되고 있다. 대신 시·도 내 순유입은 증가해 인근 지역으로부터의 ‘빨대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주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수도권의 인구 및 일자리를 지방으로 이전,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기존의 정책 목표와 반대되는 결과다. 문 연구위원은 “일자리 이전 등으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수도권으로부터 순유입이 두드러졌지만 2018년부터 순유출이 시작됐다”며 “신축 아파트와 학교 등 양적 정주여건이 갖춰졌지만 교육·의료 등 질적 정주여건이 미흡해 혁신도시의 계획인구 달성률 및 가족동반 이주율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도심과 가까운 곳에 설계된 혁신도시들이 계획인구 달성률 및 가족동반 이주율이 높게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기존 도심을 활용한 재개발형으로 개발됐는데, 가장 높은 계획인구 달성률을 보였다. 반대로 기존 도심과 동떨어진 곳에 세워진 충북혁신도시의 경우 계획인구 달성률 및 가족동반 이주율이 혁신도시 중 가장 낮았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혁신도시 내 제조업과 지역서비스업 고용 증가율은 상승했다. 다만 민간고용 증대효과가 높은 지식기반산업에서는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았다. 지식기반산업 고용증대효과는 부산, 강원에서는 높았으나 광주·전남, 울산에서는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등 지역별 편차가 컸다. 문 연구위원은 “부산의 영화산업이나 강원도의 의료산업과 같이 이전기관의 산업이 이전 지역의 기존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에 크게 좌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변 대도시의 기반시설과 인적자원을 활용활용할 수 있는 산업의 공공기관을 해당 혁신도시에 우선 배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공공기관 2단계 이전은 수도권에 있는 약 200여 개 공공기관 가운데 공공기관 98개와 각종 위원회 등 약 100여 곳 정도로 이전 기관이 압축됐으나 임기 막바지인 지금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자체별로 중앙 정부에 건의문을 제출하며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