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피레우스항





지난 2019년 11월 그리스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최대 항만인 피레우스항을 찾았다. 시 주석은 국영기업인 중국원양해운(COSCO)을 통해 피레우스항을 유럽 최대의 상업항으로 키우기 위한 8,400억 원 투자 계획 등 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3년 전 피레우스항 지분 51% 인수에 이어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시 주석은 이곳에서 “일대일로는 구호나 이야기가 아니라 빛나는 현실임을 보여줬다”고 역설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불과 12㎞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피레우스항은 물류의 핵심 관문이다. 깊은 수심과 일정한 조수 간만의 차 등 최적의 입지에 유럽·중동·북아프리카 등 지중해 전역을 오갈 수 있어서 1,000여 개 해운사가 항만 주변에 포진해 있다. 피레우스항에서 차량·철도 등을 통해 하루이틀이면 유럽 주요 도시로 화물을 옮길 수 있으므로 우리 선사들은 ‘유럽의 남대문’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컨테이너 물량에서 스페인 발렌시아항과 함께 지중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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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피레우스항만을 35년 동안 운영할 권리를 중국에 넘겼다.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100만 명이 공무원인 데다 무상 복지 정책 남발로 국가 채무가 급증해 재정 위기에 빠지자 유명 관광지 공항 등 돈 되는 자산을 마구 판 것도 모자라 ‘해운 강국’의 버팀목마저 포기한 것이다.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을 마련한 중국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6년 피레우스항 지분 51%를 매입한 데다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16%를 추가 확보할 권리도 취득했다.

중국이 오랜 협상 끝에 최근 피레우스항 지분을 추가 매입해 67%까지 끌어올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의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개입이 늘고 있다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내부의 우려를 전했다. 중국의 그리스 교두보 확보를 보고도 우리 정부와 여당은 “재정이 튼튼하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외치고 여당의 대선 후보는 선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포퓰리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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