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주식형 펀드가 뭉칫돈을 흡수하며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코스피와 달리 미국 증시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활황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흔들림이 덜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며 북미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28일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 4,2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사이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8조 6,640억 원이 유입됐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 들어온 자금의 절반가량은 미국 등을 아우르는 북미 주식형 펀드의 몫이었다. 1년 동안 66개의 북미 주식형 펀드에 3조 8,790억 원이 들어왔고 올해 들어서만 3조 4,290억 원이 새로 설정됐다. 최근 2년·5년으로 시간을 늘려서 볼 때도 북미 주식형 펀드에 4조 6,620억 원, 5조 15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줄곧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중국 주식형 펀드에도 지난 1년간 2조 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왔지만 부쩍 커진 규제 리스크와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최근 순유출세로 전환했다.
북미 주식형 펀드는 수익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된 북미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개월 1.00% △6개월 11.17% △연초 이후 22.71% △1년 30.47%로 큰 부침 없이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편드는 최근 1년간 평균 35.60%의 수익을 올렸지만 이달 코스피가 3,000선 문턱에서 횡보하면서 최근 반 년간 4.62%의 손실을 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아슬아슬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증시만큼은 나 홀로 활황세를 이어가며 신흥국 대비 안정적인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부채 한도 협상 난항 등의 악재가 터지면서 9월 한 달 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4.3%, 4.8%의 조정을 받기도 했지만 이내 상승 흐름을 재개했다. 주요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3분기 실적을 쏟아내면서 주가 상승에 탄력이 붙었고 26일(현지 시간)에는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가 뒷받침하며 (상승률이) 지난달 하락분을 웃돌았다”며 “향후 인프라 투자 법안 처리 여부가 미국 등 글로벌 증시의 방향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년 새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는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증권자투자신탁H(주식)’로 총 2,603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미국에서도 25년 연속으로 배당을 늘려온 기업에 투자하는 콘셉트의 상품으로 1년간 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외에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AB미국그로스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에 1,793억 원, 중·대형주에 투자하는 ‘AB셀렉트미국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에 749억 원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