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천연가스 ‘쥐락펴락’ 푸틴… "11월8일부터 유럽 공급 늘려라”

獨 등 저장고 비축량 급감 속

가스프롬에 "저장 확대" 지시

"비축량 통제 통해 유럽 압박"

사실상 '에너지 무기화' 명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유럽이 에너지 대란에 처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초 유럽에 추가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유럽 내 가스프롬 저장고의 비축량이 이례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가 유럽의 가스 공급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푸틴 대통령이 조치에 나섰지만 사실상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음이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은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최고경영자(CEO)에게 다음 달 8일부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있는 가스 저장고에 공급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푸틴은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방영된 회의에서 “유럽 에너지 시장에 보다 좋은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의 이런 발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들에게 “러시아가 자국 내 저장고에 보관 중인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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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가 이행되면 유럽은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푸틴의 이번 조치가 에너지 위기로부터 유럽을 구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오히려 유럽의 가스 생명줄을 쥐고 흔드는 푸틴이 잠시 숨통을 틔워준 후 노르트스트림2 송유관 승인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내 러시아 가스프롬의 가스 저장고 비축량은 이례적으로 낮다. 유럽 내 가스 규제 기관인 GIE(Gas Infrastructure Europe)의 자료에 따르면 독일 내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소유한 레덴 저장고의 가스 비축량은 10%, 카타리나 저장고는 42%에 불과하다. 가스프롬이 운영하는 오스트리아 내 가스 저장고의 비축량도 20%에 못 미친다. 독일 가스 무역 기구 INES의 제바스티안 블레스슈케 대표는 “가스프롬 소유의 가스 저장고에 왜 가스가 다시 채워지지 않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가스프롬이 가스 저장고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국가에서는 저장고의 가스 재고량이 90% 이상에 달한다. GIE는 유럽 전체 가스 비축량이 지난 5년간 85~95%로 나타났는데 올해는 가스프롬의 가스 저장고를 포함해 전체 비축량 수준이 75%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독일과 오스트리아·네덜란드 가스 저장고의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유럽 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가스 저장고 비축량을 통제해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도미니 안토니오데 조르조 밀라노 가톨릭대 재무학과 교수는 “유럽 내 가스 사태의 원인은 가스프롬 저장 시설의 낮은 비축량”이라고 말했다.

앞서 푸틴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확대를 약속했지만 가스프롬은 유럽 공급을 늘리기 위해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프롬은 유럽의 연료 공급 요청과 관련해 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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