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학현학파의 일갈 "금융규제로 집값 못 잡아…이재명 100만호 기본주택 비현실적""

■文정부 경제뿌리의 쓴소리

이미 시장자율성 훼손돼…DSR 강화도 '갭투자' 못 막아

이재명의 주택 공급 계획, 부지·예산 마련 대책 없어

보유세 강화 만큼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완화 병행해야

2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병구 인하대 교수, 유재원 건국대 교수, 원승연 명지대 교수, 이영성 서울대 교수, 임재만 세종대 교수, 최종훈 한겨레 기자./성형주기자2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병구 인하대 교수, 유재원 건국대 교수, 원승연 명지대 교수, 이영성 서울대 교수, 임재만 세종대 교수, 최종훈 한겨레 기자./성형주기자




“부동산 가격 억제를 통해 국민에게 안정적인 주거 복지 환경을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입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29일 진보 경제학자 단체인 학현학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가격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학현학파를 대표하는 학자 중 한 명인 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맡은 바 있다.

원 교수는 현 정부가 주택 공급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세금이나 대출을 통해 주택 수요를 억제해왔는데 이는 일시적인 가격 안정화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세금과 대출이 조세 정의 실현이나 시스템 리스크 관리 등 자체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남발된 측면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 교수는 “이러한 정책 집행은 국민의 조세에 대한 정서나 시장 자율성을 훼손했고 국민의 관행이나 거래 관습을 무시해 반발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양산했다”며 “결국 부동산 정책 실패가 시스템 리스크가 아닌 취약차주·저소득자·무주택자 등에 대한 피해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 공약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주택 100만 가구 공급’ 등 이 후보의 공약은 비현실적이고 부지와 예산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치를 1%로 잡은 것도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대출 규제만으로는 실수요자만 영향을 줄 뿐 근본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금융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세를 억누르기 어렵다”며 “금융 규제는 사후적으로 거시 경제 건전성을 관리하는 수단이지 한국 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빚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를 제어하지 못하는 현행 주택 시장 거래 구조 문제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근 20~30대 청년층이 주택 매입에 적극 뛰어든 배경에도 갭 투자가 있다. 서울시 자금 조달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기준 갭 투자 비율은 43.5%에 달한다. 전세자금대출, 전세 보증금, 신용대출 등을 총동원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는 갭 투자 관행을 제어하지 않고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나 교수는 “기계적인 단일 수치의 총량 규제는 실수요까지 틀어막는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집권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허망한 집착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다만 가계대출과 관련해서는 무주택자나 생애 최초 구입자의 주택 구입 여력을 높일 수 있는 대출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대출 규제는 신용도가 높고 현금 동원력이 좋은 고소득층과 자산가층이 주택을 구입하거나 증여를 통해 세대 간 부의 이전을 촉진하게 된다”며 “주택 대출을 이용해 무주택자들이 내 집을 마련해 중산층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날 진보 경제학자들은 향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보유세 강화와 함께 거래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이 0.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평균인 1.06%보다 낮을 뿐 아니라 보유세 실효세율도 0.17%로 OECD 평균 0.3%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보유세율이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세원별 조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보유세의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경기 상황에 따라 보유세를 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급조하는 정책 당국의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유세가 강화되는 만큼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거래세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유세를 강화할 경우 출구 전략도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실제 안정화되는 것은 주택 공급이 이뤄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신규 주택 공급량은 지난 2018년 4분기 17만 1,000가구를 기록한 뒤 급락해 2019~2020년 분기당 평균 12만 3,000가구에 그친 상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입주 물량이 장기 평균보다 10% 증가하면 주택 매매 가격은 0.7%, 전세 가격을 1.2% 하락시킨다는 실증 분석 연구도 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현재의 주택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주택 가격이 단기적으로 안정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평가된 현재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은 현 주택 공급 정책이 실제 준공 물량으로 실현되는 2022년 이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서울 지역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동시에 교통망을 확충해 주거비 감소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수는 “재개발 재건축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 도심의 용적률 인센티브 부여, 비주택의 주택 용도 전환, 국·공유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등을 통해 물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광역 교통망을 확충해서 장거리 출퇴근에 따른 통근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세종=권혁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