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증세 쉽잖은데 포퓰리즘 남발…"최악땐 나라살림 뿌리째 흔들린다"

■나랏빚 2,200조 섬뜩한 경고…예정처 재정전망 시나리오 보니

내년 국가채무 1,000조 돌파 예상에도 확장재정 고집

현금성 의무지출 불어나는데 선심성 대선 공약 잇따라

재정준칙은 국회서 헛바퀴…차기정부 부담 갈수록 커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코린시아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에 참석해 ‘한국 경제 팬데믹 극복의 K드라마’를 주제로 기조 발표를 한 후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코린시아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에 참석해 ‘한국 경제 팬데믹 극복의 K드라마’를 주제로 기조 발표를 한 후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오는 2030년 국가채무는 시나리오에 따라 최대 2,198조 8,000억 원에서 최소 1,689조 3,000억 원으로 무려 509조 5,000억 원이나 차이가 난다. 씀씀이를 줄이고 세수를 늘리면 빛의 속도로 증가하는 나랏빚 규모를 조금이나마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지난 2017년 국가채무는 627조 4,000억 원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내년 나랏빚 1,000조 원 시대까지 왔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확장 재정만을 고집하고 있다. 빠른 고령화와 현 정부에서 늘린 복지지출로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선심성 대선 공약까지 쏟아져나오면 나라 살림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예정처의 경고가 경고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200조 원의 나랏빚은 적자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 재정 운용 압박, 증세 압박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특히 78.9%에 달하는 부채 비율은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부채 증가는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3%로 낮출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2일 예정처에 따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GDP의 -4.1%인 83조 5,000억 원 적자에서 2030년에는 112조 6,000억 원(-4.0%)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까지만 해도 수입이 더 많아 흑자였는데 지난해 -3.7% 이후 10년 내내 -3~-4%가 이어진다.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역시 올해 -5.8%(119조 2,000억 원 적자)에서 2030년 -5.7%(158조 4,000억 원 적자)로 -5%대에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예정처도 “현상 유지 시나리오에서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5% 수준을 유지하는 등 경제위기 시 경험했던 높은 적자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상 유지 시나리오에서 2030년 국가채무는 2,198조 8,000억 원(GDP 대비 78.9%)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2026년 이후 재량지출을 2025년 수준으로 동결하면 2030년 2,016조 7,000억 원(72.3%)으로 소폭 낮아진다. 기초연금·아동수당·국민취업지원제도 등 한번 만들면 줄이기 힘든 이전지출이 계속 증가하는 탓에 재량지출 조정을 해도 2,000조 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30만 원을 주는 기초연금 예산은 2017년 8조 원에서 내년에 16조 원을 넘어선다. 이러한 현금성 지원 사업은 올해 110조 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올해 본예산 기준 266조 1,000억 원에서 연평균 6.5% 증가해 2025년 342조 7,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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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수준을 유지하되 조세부담률을 2023년 1%포인트, 2026년 추가로 1%포인트 인상하면 2030년 나랏빚은 1,871조 4,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만약 지출도 통제하고 세입 확충을 병행하면 1,689조 3,000억 원(60.6%)으로 그나마 증가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어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증세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재정의 자동 안정화 기능에 따라 경제 회복으로 세수가 증가할지언정 어떤 명분이건 세금을 더 걷겠다고 나서면 여론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 예상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초과 세수를 최대한 나랏빚을 갚는 데 써야 할 필요성이 높다. 올해만 해도 지난해 잡았던 계획보다 50조 원 가까이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미 정부는 31조 5,000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안에 투입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위드 코로나’라고 해도 당분간은 재정 적자를 통제하기 어렵다”며 “초과 세수가 발생할 때마다 왜 활용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많은데 더 걷히는 만큼 갚아야지 돈이 들어온다고 무작정 쓰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또 다른 의무지출이 계속 늘어나면 현상 유지 시나리오보다 더 재정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아동수당 확대, 기본소득, 청년수당 등 각종 선심성 공약들이 쏟아져나왔다. 서둘러 지출 구조 조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선 대선에서 정치적·사회적 압력에 따라 이전지출이 빠르게 증가했다”며 “표만 좇는 여야의 포퓰리즘으로 새로운 복지지출이 추가된다면 예상보다 더 국가채무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 뒤 발 빠르게 재정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이 계속 헛바퀴를 돌면서 차기 정부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6%대라는 재정 적자를 안고 있으면서 초과 세수 형태로 들어오는 족족 곧장 나눠주는 방식의 재정 운용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세종=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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