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진 낮은 수준입니다. 보고서 인증 기관에 대한 자격 요건도 없고요.”
최근 기자와 만난 국내 한 회계 법인 임원이 던진 말이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각 기업의 연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총망라하는 보고서다. 이를테면 ‘ESG판 사업보고서’다. 재무제표가 회계 법인의 감사를 거쳐 사업보고서로 거듭나듯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역시 제3자의 ‘인증’을 통해 신뢰성을 얻는다. ESG 공시에서 인증을 감사에 비견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인증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지적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인증의 ‘비(非)제도화’다. 재무 부문의 국제회계기준(IFRS)처럼 ‘패권’을 쥔 ESG 공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고, ESG 공시 제도 도입도 초기다.
태동하는 부문에 제도·기준이 갖춰지지 않으면 ‘도떼기시장’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인증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회계사는 “같은 기관에서 찍어내듯 검증 보고서를 양산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한 회계학자는 “인증 기관들이 검증 보고서 작성 보수로 얼마를 받는지도 깜깜이”라고 말했다.
이번 달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출범을 시작으로 ESG 공시 기준, 나아가 인증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ESG는 ‘돈이 되는 테마’다. 지난해 전 세계 ESG 관련 투자 자산 규모가 35조 달러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공시 인증 부실이 일찌감치 ‘그린워싱’ 같은 사기 우려로 이어지기도 했다.
제도화가 시작됐다는 것은 그간의 부실했던 행태 역시 슬슬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국·학계·업계가 공시 인증 실태 파악을 시작으로 ESG 공시 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