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최고의 배터리 전문가 그룹과 함께 서울대에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국내 최고 인재를 한데 모아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 설립 및 중장기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현대차그룹의 알버트 비어만, 박정국, 김걸, 신재원 사장, 서울대의 이병호 공대학장, 최장욱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등이 참석했다.
공동연구센터는 △누구나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한국의 우수 연구진으로 전 세계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배터리 등 세 가지 비전을 중심으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중장기 선행 연구를 공동 추진한다.
구체적인 연구 과제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고체 배터리(SSB) △리튬메탈 배터리(LMB) △배터리 공정 기술 등 4개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보유한 국내 학계와 함께 전기차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고 충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선행 기술을 연구할 예정이며 배터리의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첨단 기술 연구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공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3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 특히 오는 2022년 말까지 서울대에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 전용 연구 공간을 구축하고 최고 사양의 실험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공동연구센터를 이끌어갈 센터장으로는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최 교수가 위촉됐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성균관대 등 국내 대학 15명으로 구성된 교수진과 100명 이상의 석·박사급 우수 인재가 연구에 참여한다.
정 회장은 체결식에서 “배터리의 기술 진보는 전동화 물결을 가속화할 것이며 그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라며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는 현대차그룹에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이, 서울대에는 배터리 연구 생태계 구축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연구센터는 완성도 높은 기술과 세계 최고의 인력들을 배출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기틀이 되고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에 혁신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총장은 “서울대의 뛰어난 인재와 교육·연구 인프라가 현대차그룹의 도전 정신 및 우수한 플랫폼과 만나 배터리 분야 연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두 기관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배터리 연구개발(R&D)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기업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1억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29일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인 팩토리얼에너지와 공동개발협약(JDA)를 맺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1일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과 배터리 시스템 공정 기술인 셀투팩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