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천 억 매출도 거뜬" R&D 결실 맺은 '국산-신약' 시장 존재감 우뚝

HK이노엔 '케이캡' 올해 처방액 1,000억 돌파 예고

LG화학·보령제약, 복합신약 추가 발매로 브랜드 영향력 확대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LG화학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신약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LG화학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신약들이 시장 존재감을 대폭 키웠다.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처방실적을 내는 대형 품목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회사의 수익을 책임지는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오랜 연구개발(R&D) 투자에 복합제 출시를 통한 브랜드 확대 전략이 시너지를 냈다.



29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의 원외처방 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HK이노엔(195940)의 '케이캡'이 올해 처방액 1,000억 원 돌파를 예고했다. 원외처방이란 약국에서 판매된 전문의약품의 매출을 말한다. 병원 입원 환자에게 처방되는 의약품을 제외한 처방의약품 실적이다.

HK이노엔의 케이캡 제품사진./사진 제공=HK이노엔HK이노엔의 케이캡 제품사진./사진 제공=HK이노엔


'케이캡'의 올해 3분기 누계 처방액은 7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이 48.5%에 달한다. 현 추세를 지속할 경우 연말까지 처방액 1,000억 원을 무난하게 넘길 것이란 관측이다.



'케이캡'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라 불리는 새로운 계열의 항궤양제다. 위벽세포에서 산분비 최종 단계에 위치하는 양성자펌프와 칼륨이온을 경쟁적으로 결합시켜 위산분비를 저해한다. HK이노엔의 전신인 CJ헬스케어는 지난 2010년 일본의 연구개발벤처 라퀄리아로부터 초기 물질을 도입했다. 2018년 7월 국산 신약 30호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항궤양제 개발에 착수해 상업화에 성공하기까지 약 8년이 걸린 셈이다. 이듬해 3월 종근당과 손잡고 '케이캡' 판매를 시작한지 2년 여만에 분기매출 200억 원이 넘는 대형 품목으로 키우면서 국산 신약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 중 단일 품목으로만 연처방액 1,000억 원을 넘긴 첫 사례로 기록된다. 지난달까지 '케이캡'은 위식도 역류질환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이달부터 위궤양 치료 용도로도 급여가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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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개발 신약의 복합제를 연달아 발매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LG화학(051910)은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를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처방실적을 내는 대형 브랜드로 키우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 단일제 '제미글로'에 또다른 당뇨병 치료 성분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제미메트'와 고지질혈증 치료 성분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제미로우' 등 복합제를 추가 출시하는 전략이다. '제미글로' 브랜드를 장착한 LG화학의 전문의약품 3종은 올해 3분기까지 958억 원의 누계 처방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8.4% 오르면서 3년 연속 처방액 1,000억원 돌파를 예약했다.

보령제약의 '카나브' 패밀리 6종 제품사진./사진 제공=보령제약보령제약의 '카나브' 패밀리 6종 제품사진./사진 제공=보령제약


보령제약(003850)은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기반의 복합제를 지속 발매하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는 올해 3분기 누계 처방액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0.2%) 오른 382억 원이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ARB(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 계열 고혈압 치료제다. 2011년 3월 발매 이후 오랜 기간 국산 신약 처방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최근 성장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보령제약이 '카나브'에 다른 치료 성분을 결합해 내놓은 복합 신약을 고려하면 여전히 시장 영향력이 건재하다. 보령제약은 2013년 카나브와 이뇨제를 결합한 '라코르'를 시작으로 2016년 카나브에 CCB(칼슘 채널차단제) 계열 고혈압 치료 성분 암로디핀을 결합한 '듀카브'와 고지혈증 치료 성분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투베로'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듀카브'에 고지혈증 치료 성분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3제 복합제 '듀카로'와 카나브에 아토르바스타틴 성분을 결합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아카브' 2종을 발매하면서 제품군을 확장했다. 카나브 기반 단일제와 복합제를 합치면 무려 6종에 이른다.

'듀카브'의 올해 3분기 누계 처방액은 302억 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14.2% 오르면서 단일제 '카나브'의 공백을 메웠다. 같은 기간 '투베로'의 처방액은 47억 원으로 전년보다 25.7% 상승했다. 신제품 '듀카로'와 '아카브'는 처방실적을 각각 92억원과 47억원 규모로 키웠다. 동화약품이 판매를 담당하는 '라코르'까지 '카나브' 제품군 6종의 누계 처방액은 931억원이다. 전년 대비 20.2%의 성장을 거뒀다.

보령제약 입장에선 발매 햇수 11년을 훌쩍 넘긴 '카나브'를 활용해 새로운 조합의 복합제를 지속 출시하면서 두 자릿수의 브랜드 성장률을 유지했다고 평가 받는다. 앞서 보령제약 경영진은 오는 2025년까지 '카나브' 패밀리의 국내 매출을 연 2,000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오는 2023년 '카나브'의 핵심 특허 만료에 대비해 단일제 '카나브'의 적응증을 확장하는 동시에 복합제를 추가 발매하면서 지속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을 도입해 외형을 확대하던 시절은 지나갔다"며 "R&D 역량이 축적되고 마케팅 역량이 더해지면서 시장성을 갖춘 국산 신약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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