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3일(한국시간)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결정됐죠. 시중에 돈을 풀 만큼 풀었다는 뜻인데요.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만큼 이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엇갈리는데요. 왜 이렇게 금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일까요? 결국 금리 인상이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기 때문인데요. 이번 <코주부 레터>에서는 금리와 증시에 대해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증시는 (대개) 상승할까요? 하락할까요? 먼저 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보기로 하죠. 금리는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데요. 금리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올랐다는 것이고 내리면 그 반대죠. 금리는 보통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시중 자금의 수급 등이 영향을 끼칩니다. 최근 증시를 보면 금리가 오를 경우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죠? 실제로 지난 3월 5일부터 3월 9일까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03%에서 1.206%까지 '발작' 수준의 급등세를 보였을 때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간 3%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증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코로나19 이후의 증시를 '유동성 장세' '금융 장세'라고도 하는데요. 기업의 실적도 실적이지만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이 너무 많아 주식 등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시중 자금이 줄어듭니다. 대출을 받아 투자하던 사람이 이자 비용이 부담되면 대출을 상환할 것이고, 은행 예금 등으로 옮겨가는 자금도 생길테니까요. 유동성 장세로 증시가 호황이었는데 유동성이 줄어든다면 당연히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죠.
유동성 뿐만 아니라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기업 이익에 직접적으로도 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더해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미래 이익을 낮아지게 만듭니다. 예컨대 내년에 100억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면 금리가 5%일 경우 1년 후 영업이익의 현재 가치는 95억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금리가 10%로 올라간다면 미래의 100억원은 현재 가치로 90억원 정도가 됩니다. 금리만 올랐을 뿐이지만 기업의 실적은 악화되는 것처럼 여겨지겠죠.
아울러 이론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배당수익률과 연관이 돼 있는데요. 금리가 오르면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지게 보이는 효과도 일으킵니다. 금리가 올라 은행 예금 이자가 배당수익률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면 위험한 주식보다는 예금에 넣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겠죠. 이런 이유로 금리는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말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상승한다고도 하던데…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상승한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셔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여기서 금리는 오히려 경제성장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등의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씀드렸죠. 정부가 금리를 올릴 때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때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보통 경제가 성장할 때 나타나구요. 결국 금리가 오르는 것은 경제가 좋아질 때로 볼 수 있으니 증시에 우호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경제가 활황이 아닌데도 물가가 오르고 이를 잡기 위해 금리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70년대 석유파동 때가 대표적이죠. 유가가 오르니까 물가도 오르고, 그런데 비싼 유가 때문에 소비가 안되고 그러다 보니 생산도 줄어들고. 최근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원유, 천연가스,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왔죠.
금리는 환율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 증시는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렸을 때 환율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왜 환율이냐구요? 외국인 자금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는 외국인의 입김이 쎈 편이죠. 용감한 '동학개미'들이 하루에 몇 조원을 사들이더라도 외국인이 작정하고 주식을 팔아치우면 약세장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죠.
일단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라고 판단한다면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합니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원화 가치가 낮아지는 게 원·달러 환율 상승이죠. 원화로 가치가 매겨지는 국내 주식도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서 차익을 남기려고 하기에 환율 상승이 외국인 매도로 이어집니다.
그럼 미국에서 기준 금리를 올리게 되면 환율은 어떻게 될까요?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글로벌 투자자금은 미국으로 몰리게 됩니다. 그러면 달러화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죠. 원달러 환율 역시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면 외국인의 매도세로 이어지게 돼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겁니다.
금리 상승기에 유리한 종목은 뭘까요? 사실 딱 이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경향성을 바탕으로 판단한다면 우선 은행·보험 등 금융주가 되겠죠. 여기서 일반적으로 은행주라도 다 같은 은행주냐, 보험주 중에서는 생명보험이냐 손해보험이냐 등 깊이 파고들 수 있겠지만, 그러면 너무 길어지니까 이 정도에서 스킵하겠습니다.
또 금리 상승은 결국 인플레이션, 경제성장과 연관이 있다고 했죠. 그래서 경기민감주를 금리 상승 수혜주로 꼽기도 합니다. 경기민감주는 말 그대로 경제가 호황일 때 빛을 발하는 주식인데요. 철강, 화학, 정유, 기계 등 업종이 대표적입니다.
금리가 증시와 개별 종목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기업은 금리 영향이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금리 변동에 너무 신경을 쓰기보다는 우량한 기업을 찾기 위해 공부하는 노력이 우리 개미들에게는 더 중요한 일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