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요소수 부족에 멈추는 화물차…“유조차 발 묶이면 휘발유차도 ‘올스톱’”[뒷북비즈]

■요소수 부족, 산업계 후폭풍

서울 주유소 요소수 바닥났거나 1주일치 남아

화물차 고속도로 주유소 줄 섰지만 투입량 제한

요소수값만 한 달 200만원…적자에 운행 멈추기도

완성차는 부품망 붕괴 우려, 가전은 연말 특수 '찬물'

5일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웅동 배후단지 주변에 차려진 요소수 판매 노점상에서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고 있다./연합뉴스5일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웅동 배후단지 주변에 차려진 요소수 판매 노점상에서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고 있다./연합뉴스





요소수 품귀로 인한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으로 국내 주유소 요소수 비축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 화물차 운전자들은 급등한 요소수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운행을 멈추고 있다. 이달 말까지 요소수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 유조차(탱크로리)마저 가동을 멈추는 교통과 물류의 ‘완전 마비’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서울 대부분 주유소에서 요소수가 바닥났으며 요소수가 남아있는 곳도 재고가 1주일치 정도에 불과하다. 화물차들은 상대적으로 비축분이 남아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를 전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에 몰려든 화물차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 주유소는 차량 당 요소수 양을 제한하고 있다. 한 화물차 운전자는 “10ℓ 말통을 여러 개 갖고 있어야 장기 운행이 가능한데, 주유건으로만 요소수를 채워주면 주유소에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고 토로했다.

요소수 가격 급등으로 화물차 운행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남과 경기를 오가는 운전사 A씨는 “운행 중단을 고민하고 있고 주변의 많은 운전사가 차를 멈춘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는 한 달에 1만2,000㎞를 주행해 4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최근의 기름값과 요소수 가격 급등으로 인해 운행을 하면 할수록 적자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10만원 선에서 거래되는 10ℓ 요소수 20통을 사용하고 기름값을 감당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운동 배후단지 주변에 5일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을 줄게 서 있다./연합뉴스창원시 진해구 부산신항 운동 배후단지 주변에 5일 화물트럭들이 요소수를 넣기 위해 길을 줄게 서 있다./연합뉴스




요소수 부족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경유차 뿐만 아니라 휘발유차까지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유로 운행하는 유조차 역시 요소수가 없으면 유류를 주유소에 운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들이 오는 12일 유류세가 인하되기 전까지 기름을 채우지 않고 기다리고 있지만, 유조차들이 다시 움직이면 직영 주유소에서 가지고 있는 요소수가 바닥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정유 빅4 업체가 갖고 있는 요소수 재고량은 한 달 분량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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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화물차를 통해 철강 제품을 운송하는 철강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완성된 열연 코일, 철근 등은 기본 10톤이 넘어 국내 유통하거나 항만으로 옮기는 것 모두 화물차가 담당한다. 또 사업장 내 철강 반제품 등을 운송하는 것도 화물차의 역할이다. 요소수 부족으로 화물차가 멈춰설 경우 철강 제품 생산은 물론 운송까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선 사업장 내에서 운행하는 운송사별로 요소수 사용차량, 일 사용량과 재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 역시 화물 대란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수많은 부품 중 일부만 수급에 차질이 생겨도 생산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3분기 생산량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피해를 발생하기 위해 공급망을 점검하고 있다.

가전업계도 요소수 부족 사태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운송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태가 단기간 내에 진정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에 물건이 전달되기까지 기간이 지연될 수 있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망 차질로 완제품 생산이 늦춰져 배송 물량이 많이 밀리다 이제 조금 나아졌는데 이번에는 국내 물류를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말은 가전업계가 다양한 할인 등 판촉 행사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배송 문제로 자칫 소비 특수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는 국내 요소수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정밀화학과 KG케미칼 등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이들 기업도 뾰족한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1∼2개월 분량에 불과하고, 롯데정밀화학이 급하게 러시아에서 요소를 들여오기로 했지만 지금의 대란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김인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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