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해외 파병 군인이나 외교관 등을 사칭해 연인처럼 행세하며 20여 명으로부터 16억여 원을 가로챈 국제 사기범 일당 중 일부가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9일 아프리카 출신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 조직 일당 14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1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의미하는 ‘스캠’의 합성어다. SNS 등에서 친분을 쌓은 후 연애 등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금융 사기다.
이들은 피해자 24명에게 SNS로 접근해 친분을 쌓으며 신뢰를 얻은 후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으로 재산을 보내야 하는데 통관비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등의 수법으로 16억 7,000만 원을 편취했다. 이번에 검거된 일당은 국내에서 인출을 담당하는 총책, 인출책, 대포통장 관리책 등이다. 경찰은 조직 총책이 해외에 머물고 있어 현지 법 집행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조속히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올해 3월부터 국가정보원과의 공조를 통해 첩보를 입수해 일당 검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송금한 피해금 9,655만 원을 직접 회수하는 한편 계좌 입금 내역을 분석해 다수의 피해자들을 추가 확인했다.
로맨스 스캠은 최근 들어 코로나19를 틈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은 뒤 내적 친밀감을 볼모로 삼아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 금전을 요구할 때는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지인들을 통해 범죄 관련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피해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다는 점도 로맨스 스캠 피해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암수범죄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 큰 문제는 일부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이 있거나 직장 생활을 하는 피해자의 경우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기 쉽지 않아 로맨스 스캠 범죄의 실상은 더욱 참혹할 것”이라며 “일부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한 거라고 말을 해줘도 돈을 자발적으로 준 것이고 그 사람은 사기 칠 사람이 아니라며 피해 사실에 대한 인지 자체를 거부한다”고 말했다.